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주현씨(30)는 요즘 애플 아이폰으로 KBS MBC SBS 등 한국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시차 때문에 듣기 힘든 프로그램은 아이튠즈의 팟캐스트를 통해 다운로드 받아 연구실에 출근할 때 듣는다. 그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놓으면 컴퓨터상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해 라디오를 듣는 게 습관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국이 기존 인터넷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앱 형태로 제공하면서 청취자들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방대한 양의 MP3 · MP4 음악파일을 일일이 스마트폰에 집어 넣지 않아도 라디오 앱만 구동하면 풍부한 콘텐츠를 바로 즐길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시사 경제 오락 학습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국내 방송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방송도 접근이 가능해 어학 학습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다.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라디오 앱은 수십여 종에 달하며 거의 모든 국내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 KBS MBC SBS 등 한국의 주요 방송사들도 모두 라디오 방송용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주소를 모은 통합 앱도 인기다.

KBS가 제공하는 라디오 앱 'R-2 플레이어'는 7월 초 출시 이후 한 달간 약 2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R-2 플레이어는 TBS 교통방송,한국경제 i라디오 등 KBS 외에 다른 라디오 채널도 함께 제공한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라디오 프랑스 등 다양한 외국 라디오 방송도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뿐만 아니라 유명 프로그램을 음성 · 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자동으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팟캐스트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MBC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 집중'은 한국 내 팟캐스트 구독 순위 1위를 달린다. 이른 아침에 진행하는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 미처 듣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그날의 방송 내용을 듣고 있다. KBS의 굿모닝 팝스 · 박경철의 경제포커스,한국경제 i라디오의 읽어주는 한국경제 등도 인기 팟캐스트로 꼽힌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터넷 방송 ·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오래된 미디어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며 "미디어의 종류와 형식에서 구속받지 않으면서 콘텐츠 자체만을 소비하는 양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