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이 '농업' 분야에서 통 큰 베팅에 나섰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BHP빌리턴은 세계 최대 비료회사인 캐나다 포타쉬를 386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단 포타쉬 측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거절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포이즌 필'도 발동했다. 그러나 포타쉬의 빌 도일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 합병(M&A)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누군가 주주들로부터 회사를 헐값에 훔쳐가는 것을 볼 수 없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가격만 맞으면 매각 협상에 응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시장에선 BHP빌리턴이 인수가격을 높이거나 적대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BHP빌리턴은 포타쉬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전 세계 칼륨 비료시장의 30%를 장악하게 된다.

◆식량수요 증가에 베팅

포타쉬는 비료의 기본 원료인 탄산칼륨 생산 1위 업체다. 탄산칼륨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수확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서만 생산된다. 포타쉬는 세계 3위 인산 및 질산비료 회사이기도 하다.

대형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이 포타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글로벌 식량 수요 증가를 내다보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의 곡물과 육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수요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농산물 가격은 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생산을 늘리는 데 필요한 비료 수요는 당연히 증가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단위면적당 옥수수 생산량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료 사용의 차이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비료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국제비료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2009 농업연도에 7% 하락했던 전 세계 비료 수요는 2009~2010년에 3.7% 늘어났다. 2010~2011년엔 4.8% 증가하는 등 연평균 2.5%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포타쉬는 이미 올초에 캐나다의 소규모 칼륨비료업체인 아사바스카 포타쉬를 3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농업분야 관심 갖는 기업 늘어

BHP가 포타쉬에 제안한 인수가격은 주당 130달러로 지난 16일 종가에 16%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다음 날 포타쉬 주가는 31.02달러(27.7%)나 급등하며 주당 143.1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시장에서 BHP가 인수가격을 높여 제안하거나 리오틴토와 발레 등 다른 경쟁업체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애널리스트들은 BHP빌리턴이 인수 제안가격을 주당 150~180달러까지 높여 부를 수도 있다고 본다. 포타쉬 주가는 글로벌 식량파동이 났던 2008년 중순 주당 240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HP 측은 적대적 M&A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농업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은 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금융사인 노무라홀딩스는 올 하반기 중점 신규 사업으로 '농업'을 정하고 이에 따른 투자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오는 10월 '노무라A&A'라는 농업전문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농업 컨설팅 사업과 직영 농장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의 라보은행이 중국농업의 기업공개(IPO) 때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것도 중국 농업비즈니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라보은행은 2014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을 50%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