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월요일 출근 때면 걱정이 앞선다. '알바'가 출근하지 않을까 봐서다. 지난 월요일, 알바는 또 나오지 않았다. 장염이라고 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처음 아프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돼 문병까지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알바가 바뀔 때마다 매번 이런 일이 생겼다. 멀쩡한 친구들이 아프다고 하더니 어느날 그만 둔다. A씨의 의문."알바들은 왜 자주 아픈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다. 취업이 어렵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것 같지가 않으니 상처가 곪아간다. 마음 한구석이 자주 아리다.

실제가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지난 5월 6.4%에서 6월에는 8.3%로 급상승하더니 7월엔 8.5%까지 솟았다. 전체 실업률이 계속 3%대를 유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일할 만한 사람 가운데 제일 팔팔한 사람들이 쉬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고령화 시대라 부모들에게 기대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이미 부모세대와도 경쟁하게 됐다. 6,7월만 봐도 50~5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3%, 6.9% 늘었다. 같은 시기 20~29세 취업자는 각각 2.4%, 1.7%가 줄었다. 취업세대 가운데 오로지 20대만 감소하는 추세라니 한숨만 나오는 게 정상 아닐까.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 15~24세 청년 가운데 무려 13%인 8100만명이 실업자다. 거기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여전히 움츠리고 있어 취업전망도 밝지 않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청년실업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봐야 한다. 단적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문제시된 '하류화'가 우리사회에서도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하류'는 1970년대 일본 경제가 한참 좋을 때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이 1990년대 말부터 취업시장에 나올 때 일본경제는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 '무의욕'이 키워드인 이들 하류 청년은 결국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프리터(freeter;free+arbeiter)족으로 전락했다. '자주 아픈 알바'는 프리터족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취업한 젊은 직원들도 의욕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미래가 불안하다는 점에서는 별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알바와 미래가 암울한 젊은 직원들이 크건 작건 상처 하나씩을 갖고 산다.

좋은 말로 '헝그리 정신'이 있던, 나쁜 말로 하면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이전 세대들에 비해 젊은이들이 직장 인생을 보는 태도는 이렇게 달라졌다. 행복이나 만족을 언급할 수준을 넘어서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실제로 인사컨설팅 쪽에서도 스트레스 관리를 포함한 종업원 지원제도(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감성경영 시대에는 실제적인 이익을 못줘도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으면 그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경제 리더들이 더욱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당장 어려워도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는 리더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아프지 않고, 아파도 참을 수 있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