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마서스의 빈야드GC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찾는 골프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라운드를 즐길 이 골프장은 끓는 물과 칵테일 거품을 이용해 잡초를 죽이고 부엌 세정제로 이끼를 제거하는 미국 유일의 '오가닉(유기농)' 골프 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도 유기농 바람이 불고 있다. 살충제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인 · 허가를 받은 골프장도 있고 농약 사용량을 크게 줄인 골프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제주 조천읍 에코랜드CC(27홀)는 인 · 허가 과정에서 농약을 안 쓰는 조건을 내걸었다. 골프장이 들어선 곶자왈 지역과 주변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 골프장은 매일 50명 안팎의 인부를 동원해 잡초 제거에 나서고 화약 농약 대신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2008년 준공된 의령친환경골프장(9홀)도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일이 제초작업을 한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의령군이 운영 중인 이 골프장은 농약을 많이 쓰는 그린을 아예 인조 잔디로 꾸몄다. 일반 골프장이 연간 제초 작업에 쓰는 비용(5000만원)의 3배인 1억5000만원가량을 인건비로 쏟고 있다.

오크밸리(63홀) 군산(81홀) 몽베르(36홀) 신원(27홀) 등 기존 골프장에서도 농약 줄이기 운동이 한창이다. 오크밸리CC는 목초액 등 천연 소재를 잔디 관리에 사용하고,페르몬(성호르몬) 물질을 이용해 잔디 뿌리를 갉아먹는 풍뎅이를 잡는다. 하루 평균 80명의 인력을 동원해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의 잡초를 제거한다.

2008년 하반기 한국잔디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골프장의 평균 농약 사용량은 ㏊당 14.9㎏이었으나 오크밸리는 2.61㎏에 그쳤다. 이덕호 오크밸리CC 코스관리팀장은 "회사 경영 방침이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도 농약 사용의 폐해가 크기 때문에 천연 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산CC는 골프장에서 나오는 잔디 쓰레기(예지물)를 발효 · 숙성시켜 다시 비료로 사용한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강원도 홍천의 클럽모우(27홀)도 친환경 골프장으로 조성된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권을 분양 중이다. 고재성 클럽모우 팀장은 "설계 때부터 자연 지형물을 최대한 유지하고 준공 후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진수/강경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