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불안에 정부도 바짝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급등 사태까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재까지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다만 일정 부분의 국내 영향은 불가피한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 과천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2008년과 같은 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 재연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밀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이날 회의에서 '국제 곡물가격 동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2년 전과 같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그플레이션은 곡물가격이 급등해 일반 소비자물가까지 불안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오세익 농촌경제연구원장은 "최근의 곡물가격 상승이 수급 요인에 크게 기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보다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가격이 하락하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이 곡물 시장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밀의 경우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의 생산량 감소와 수출 중단이 전 세계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이후 밀의 수요 대비 재고율은 28~29%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 등의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26%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밀이 전체 수입량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다만 "러시아 곡물 수출 중단으로 미국 호주 등의 밀 가격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해상 운송과 통관 등을 감안하면 국내 소비재에 반영되기까지는 4~5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가격이 안정되면 국내 수급이나 물가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선 곡물가격 상승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곡물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곡물의 생산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곡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하고 대형 곡물 유통업체와 선물거래 전문가를 공동 양성해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 능력도 높이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북반구 지역의 겨울밀 파종 정보 등이 나오는 다음 달에는 국제 곡물가격이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대책도 관련 업계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