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자신에 대한 불법적인 폭행을 막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가슴을 밀쳐 넘어뜨렸다면 중상을 입혔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한정규)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고모씨(38)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속되는 폭행을 피하기 위해 가슴을 밀었다고 해도 상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사 고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과잉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사당동 자신의 가게 인근 건물 앞에서 함모씨와 김모씨가 소변을 보는 것을 말리다 시비가 붙었다.함씨가 고씨를 향해 몸을 날려 발차기를 시도하자 고씨는 손을 뻗어 함씨를 밀어냈고,함씨는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져 뒷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이어 뒤통수를 때리는 등 주먹을 휘두르는 김씨에 대해서도 함씨가 가슴을 밀자 김씨 역시 넘어져 얼굴에 부상을 당했다.고씨는 즉각 119에 신고하고 함씨를 지혈했으나,함씨는 외상성 머리 내 출혈 등으로 전치 12주,김씨는 안와 내벽 등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고씨 역시 김씨의 폭행에 따른 골절 등으로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

고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황규경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에서는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보다는 제한해야한다는 논리가 강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람조차 상대방이 ‘싸웠다’고 주장하면 합의가 없을 경우 피의자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기 보다는 별 다른 근거없이 피해자가 가해자와 ‘싸운 것’으로 판단하여 실질적인 피해자가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