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치만 보던 시절이 끝난 것일까?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매패턴과는 관계없이 사흘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기관의 '사자'세에 장초반 1770선을 넘어섰다. 1770선을 넘으면서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은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 했던 외국인이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코스피 지수는 20일 이동평균선인 1767선을 돌파했다. 이로써 단기 골든크로스(5일선이 20일선을 돌파하는 모습)가 포착됐고 상승장의 신호를 울리게 됐다.

기관은 6거래일째 순매수에 나서고 있고, 개인은 증시가 하락하면 저가매수에 나서 지수를 받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도 해묵은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오히려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해석되고 있다.

악재에 내성을 갖춘 증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면 이제는 수급여건을 점검할 때다. 외국인은 외풍에 흔들리는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개인과 기관 그리고 프로그램의 여건은 양호할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급여건이 나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 보다는 기관과 개인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펀드에는 다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증권사의 랩상품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등 증시 주변 자금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나흘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에 58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 펀드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모) 펀드 등에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왔다.

앞으로 지수 상승시마다 주식형 펀드환매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800선 언저리까지 수차례 오가면서 펀드의 환매대기 자금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신권 순매수 종목군은 단기적인 매물압박은 없을 것"이라며 8월 이후 투신권이 매수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투자를 권하기도 했다. 운수창고, 철강, 건설, 유통,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지수가 중요한 지지선을 통과할 때마다 프로그램 차익매물은 부담이었다. 지난 번 옵션만기일의 급락도 이 같은 부담 때문이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7월 옵션만기 이후 1조원이 넘는 차익 매물이 쌓여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선물간 가격 여건에 따라 모두 매물화 되지 않을수 있다"며 "연기금의 계속되는 매수세와 국내 주식형펀드의 4일 연속 매수 유입을 감안하면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시장에서 오락가락하는 외국인들도 '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매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순매수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며 "조만간 증시는 박스권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결합하면서 최근 매도세를 보였다. 하지만 위안화의 장기상승세와 미국의 저금리 기조, 한국증시의 저평가 정도를 볼 때 순매수로 돌아온다는 전망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