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잘 팔린다고 기업이 생산 설비를 늘리기란 쉽지 않다. 잘 팔리는 물건은 으레 너도나도 만들기 마련이고, 이렇게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고 재고는 늘어난다.

하지만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그룹 관계사들이 대표적.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수영 OCI 회장의 동생 이복영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광유리는 해외 주문이 폭주하자 밀폐용기 브랜드 '글라스락'의 공장 이전을 추진중이다.

현재 충남 논산에 기존 인천공장 생산설비의 두 배 규모로 공장을 짓고 있는데, 다음달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땅을 제외한 설비투자 금액만 793억원에 이른다. 정부 지원금 86억원을 받았으니 707억원이 실제 회사의 투자액이다.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공장이 정상화 되면 연간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의 실적을 낼 수 있다"며 "설비투자액은 1년 남짓이면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광유리는 지난해 '글라스락' 판매로만 8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글라스락 설비는 포스코의 일관제철소 설비처럼 가동을 시작하면 7~8년간 365일 하루 24시간 가동되며 초기 투자가 많은 장치"라며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경우 1000억원 매출 기준으로 20% 수준인 고정비가 15%로 떨어져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초기 7년간 법인세 100% 감면효과로 875억원의 세금을 줄일수 있고, 기존 공장 매각으로 374억원의 매각 차익이 생기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NF3(삼불화질소), SiH4(모노실란) 등 특수가스 업체인 OCI머티리얼즈도 증설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NF3의 경우 전방 산업인 반도체와 LCD, 태양광 등의 증설로 작년 말부터 공급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그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OCI머티리얼즈는 이에 따라 경북 영주의 3000t 규모 NF3 신공장 설비를 앞당겨 가동했다. 당초 3년에 걸쳐 1000t씩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올해 2월과 8월 각각 1000t씩 가동을 시작한 것. 내년 초 나머지 1000t 가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증설 효과는 이미 지난 2분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SiH4 증설과 맞물려 2분기 영업이익은 22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6.4% 증가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1억원과 291억원으로 2분기보다 23%와 30%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OCI머티리얼즈는 2012년까지 1000t 규모의 NF3 생산공장을 중국에 짓기로 하는 등 앞으로도 증설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OTP(광입력장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크루셜텍도 생산량을 늘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생산 여력이 없어 기존 고객사인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나 대만의 HTC 등 이외의 대형 고객사를 받을 여유가 없을 정도다.

더구나 OTP는 태블릿PC나 노트북, 전자사전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고, 스마트 TV가 출시될 경우 그 리모컨에 들어갈 수도 있다.

크루셜텍은 현재 900만~1000만 모듈인 월 생산량을 연말까지 1500만 모듈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3월께는 베트남에서 월 300만 모듈 규모 신공장도 가동에 들어간다.

장우용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매출 740억원과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해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며 "회사측이 제시한 가이던스(연간실적 목표) 매출 1800억원과 영업이익 220억원은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