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선 확인된 몇 가지 글자를 놓고 조선시대 경계비라는 설,신라 진흥왕 순수비와 같은 비석이라는 설 등이 분분했다. 그러나 김광수 당시 건국대 교수는 비석의 탁본에서 '고려(高麗)'라는 글자를 판독해 이 비석이 고구려 비임을 밝혀냈다. 지방의 향토 연구모임이 발견한 비석이 '중원 고구려비'로 판명난 순간이었다.
한국 고고학계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조유전 경기도박물관장과 문화재 전문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이기환씨가 함께 쓴 《한국사 기행》은 이처럼 발굴을 통해 드러난 한국사의 현장 곳곳을 누빈 답사기다.
엿장수가 수거한 청동기물이 기원 전 4~5세기 사람들이 남긴 귀중한 유물로 밝혀진 화순 대곡리 유적,발굴현장 조사원이 깔고 앉았던 돌이 신라 진흥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된 단양 적성비 등의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8000년 전 만들어진 한국 최고(最古)의 선박이 발견된 창녕 비봉리 유적이 2003년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매미가 준 선물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