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풍미해 왔던 신자유주의정책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회의론에 직면하게 됐다.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거시중심의 경제정책이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경제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간과한 까닭에 세계경제에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다행히 금년 들어 세계경제는 차츰 진정 내지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말까지 6%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1년 반 전의 상황과 비교할 때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성공적인 거시경제 지표 뒤에 숨어있는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 ·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와 양극화 문제,고용없는 성장,비정규직의 증가,미래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 부진 등의 고질적 문제가 거의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고용이 경제성장의 후행지표이므로 좀 더 기다려보면 점차 좋아질 것이라거나 대기업의 호황이 시차를 두고 중소기업이나 내수시장에 퍼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이나 산업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총량적인 면에서의 경제성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고용있는 성장,중견기업이 중심이 된 산업 허리층의 강화,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나누어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성장 자체를 담보하기 어렵다.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투입,금융완화 등의 거시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급변하는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동시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시정책의 바탕 위에서 개별사안별 · 현장중심적인 미시정책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시행에 있어서도 일률적인 지원제도의 축소나 원상회복보다는 개별산업이나 기업의 상황을 고려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도 우리는 미시 중심의 산업정책을 활발히 추진해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그 성장의 열매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통화,금리,환율 등의 거시 정책과 함께 기업 및 실물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고도화,신성장동력 발굴,혁신역량 강화,기업입지환경 개선 등의 미시정책이 보다 강화돼야만 정책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의 획일화된 백화점식 정책패키지에서 개별사안을 고려한 차별화된 산업정책을 지향하는 일,동태적 산업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일,제품의 융 · 복합화와 산학연계 강화를 위한 융 · 복합 신산업 육성,R&BD 등 혁신역량의 제고,양호한 입지환경 제공과 같은 기초 인프라 확충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방안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산업현장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제도 미비라기보다는 관행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또한 현장에서 미시적 접근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아무리 정교하게 제도를 만들어도 기업 활동이 존재하는 한 원 · 하청 관계를 둘러싼 다툼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제도의 바탕위에서 꾸준한 현장활동과 구체적인 해결,이를 통한 성공사례의 정착을 통해 서서히 안착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거시정책과 미시산업정책이 균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박봉규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