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전기자동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 전기차용 2차전지 업체로 부상한 LG화학에 이어 계열사 브이이엔에스(V-ENS)가 전기차 설계와 핵심 부품 및 모듈 사업을 본격화했다.

브이이엔에스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프레임과 모듈 설계,2차전지 패키징 등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LG가 전자와 CNS를 통해 쌓은 전자,IT(정보기술)기술과 화학의 2차전지 사업을 묶어 전기자동차 부품을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브이이엔에스,설계능력 이미 입증

LG는 1990년대 초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당한 투자와 기술이 필요한 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당시 완성차 사업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2001년 LG CNS를 통해 대우자동차 임원과 설계 개발자들을 영입,자동차 설계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초에는 LG CNS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부를 분사해 브이이엔에스를 설립했다. 지분은 100% LG CNS가 보유하는 형태였다.

브이이엔에스는 대우차에서 상품 개발실장을 맡았던 이우종 현 사장을 비롯해 다수의 자동차 관련 인력을 모았다. 이어 외국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설계 엔지니어링 사업을 벌였다. LG의 움직임에 한때 자동차업계도 주목했다. 'LG가 브이이엔에스를 통해 자동차 설계는 물론 미래 산업인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나서려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브이이엔에스의 사업 영역은 자동차 설계와 생산기술개발,부품개발,전기차 제작 네 가지다. 분사 직후인 2005년부터 설계와 디자인 분야에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브이이엔에스는 말레이시아 자동차업체 프로톤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사비'라는 차량을 설계했다. 디자인과 제품개발은 물론 시제품 제작까지 맡고 생산은 프로톤이 했다. 이 모델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차로 꼽혔다.

2006년에는 일본 도요타 계열의 다이하쓰로부터 용역을 받아 4인승 경차 '라떼'를 디자인했다. 올해에도 인도 타타와 마힌드라&마힌드라에 시제품을 제작,납품하는 등 생산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전기차 개조사업도 시작

브이이엔에스는 지난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대우차 상품개발실 출신들이 주축이 된 팀은 말레이시아 프로톤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뉴 사가(SAGA)'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브이이엔에스가 갖고 있는 전기차 개조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인정받은 사례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전기차 개발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전기차 기술력은 선두라는 평가

LG가 전기차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보유한 배터리 기술과 브이이엔에스의 자동차 설계 및 제조기술을 합치면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생산라인을 깔아 직접 생산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회사는 LG그룹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 기술이 없고,삼성과 SK는 배터리 기술밖에 갖추고 있지 않아서다.

브이이엔에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 업체로부터 전기차 개발을 위한 다양한 용역을 받아 개발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본격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브이이엔에스 관계자는 "전기차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립 생산보다는 전기차 핵심 부품과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