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종말은 없다…2110년 지구는 원더풀 월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성적 낙관주의자 | 매트 리들리 지음 | 조현욱 옮김 | 김영사 | 624쪽 | 2만5000원
물 부족·온난화 등 걱정 없어
집단지성으로 충분히 극복
진짜 위험은 변화를 늦추는 것
물 부족·온난화 등 걱정 없어
집단지성으로 충분히 극복
진짜 위험은 변화를 늦추는 것
"2025년이면 세계의 도시인구는 50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농촌 인구는 급격히 줄 것이다. 그리고 인구 2000만명이 넘는 도시가 여덟 곳이나 될 것이다. 지구 전체로 보아 이는 좋은 소식이다. 도시 거주자들은 농촌 거주자들에 비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에너지도 덜 소모하며,자연생태계에 영향을 덜 끼친다. 세계의 도시들에는 이미 세계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지만 그 면적은 육지의 3%도 안 된다. "
도시인구의 증가가 지구를 위해 좋다니,이 무슨 소린가. 거대도시는 다른 지역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아서 도시의 확산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런데도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자연의 삶을 예찬한 《윌든》의 저자 데이비드 소로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엷어지는 오존층,인구 폭발,석유 고갈,물 부족,정자 수 감소 등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2110년이 되면 인류는 오늘날에 비해 엄청나게 잘살고 있을 것이고 생태환경도 같은 정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평범한 사람의 주장이라면 무시해도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리들리는 성 선택 이론으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붉은 여왕》,생명과학의 최신 성과를 집대성해 염색체에 담긴 암호를 흥미롭게 풀이한 《게놈》,'인간은 태어나는가,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본성과 양육》 등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과학저술가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이성적(rational) 낙관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자신의 기질이나 본능이 그래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증거를 살펴본 결과 낙관주의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리들리는 다른 동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끊임없는 '혁신능력'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인류가 혁신능력을 갖게 된 것은 흔히 큰 뇌,언어사용,사회적 학습이나 모방능력 덕분이 아니라 뇌와 뇌 사이에서 일어난 집단적 현상,즉 집단지능의 출현 덕분이라는 것.가령 50만년 전 중석기 시대 주먹도끼와 컴퓨터용 무선마우스를 비교해 보자.둘 다 인간의 손에 맞도록 디자인됐지만 주먹도끼는 한 명,마우스는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마우스는 '집단 지능'의 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집단지능이 출현한 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의 지능이 집단적이고 누적적인 성질을 갖게 됐으며,이는 "아이디어들이 서로 만나 짝을 짓고 '아이디어 섹스'를 통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이디어 섹스'의 결과 인류의 두뇌는 진화하기 시작했고,문화는 누적적인 성격을 띠게 됐으며,경제적 진보도 급속히 이뤄졌다는 얘기다. 물건의 교환과 분업에 따르면 노력의 재능 특화는 이 같은 진보를 더욱 촉진하는 요소다.
따라서 인류는 앞으로도 과학과 경제학,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잘살게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오히려 유기농 · 비이오연료 · 재생에너지는 환경을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수송용 연료를 모두 바이오연료로 대체하려면 식량 생산에 사용하는 농경지의 1.3배나 되는 땅이 필요하며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부족하게 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카자흐스탄 크기의 풍력발전소나 스페인 크기의 태양열 패널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미래는 당연히 비관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성장과 변화,혁신은 수많은 사람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진정한 위험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서 온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도시인구의 증가가 지구를 위해 좋다니,이 무슨 소린가. 거대도시는 다른 지역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아서 도시의 확산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런데도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자연의 삶을 예찬한 《윌든》의 저자 데이비드 소로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엷어지는 오존층,인구 폭발,석유 고갈,물 부족,정자 수 감소 등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2110년이 되면 인류는 오늘날에 비해 엄청나게 잘살고 있을 것이고 생태환경도 같은 정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평범한 사람의 주장이라면 무시해도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리들리는 성 선택 이론으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붉은 여왕》,생명과학의 최신 성과를 집대성해 염색체에 담긴 암호를 흥미롭게 풀이한 《게놈》,'인간은 태어나는가,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본성과 양육》 등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과학저술가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이성적(rational) 낙관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자신의 기질이나 본능이 그래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증거를 살펴본 결과 낙관주의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리들리는 다른 동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끊임없는 '혁신능력'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인류가 혁신능력을 갖게 된 것은 흔히 큰 뇌,언어사용,사회적 학습이나 모방능력 덕분이 아니라 뇌와 뇌 사이에서 일어난 집단적 현상,즉 집단지능의 출현 덕분이라는 것.가령 50만년 전 중석기 시대 주먹도끼와 컴퓨터용 무선마우스를 비교해 보자.둘 다 인간의 손에 맞도록 디자인됐지만 주먹도끼는 한 명,마우스는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마우스는 '집단 지능'의 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집단지능이 출현한 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인류의 지능이 집단적이고 누적적인 성질을 갖게 됐으며,이는 "아이디어들이 서로 만나 짝을 짓고 '아이디어 섹스'를 통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이디어 섹스'의 결과 인류의 두뇌는 진화하기 시작했고,문화는 누적적인 성격을 띠게 됐으며,경제적 진보도 급속히 이뤄졌다는 얘기다. 물건의 교환과 분업에 따르면 노력의 재능 특화는 이 같은 진보를 더욱 촉진하는 요소다.
따라서 인류는 앞으로도 과학과 경제학,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잘살게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오히려 유기농 · 비이오연료 · 재생에너지는 환경을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수송용 연료를 모두 바이오연료로 대체하려면 식량 생산에 사용하는 농경지의 1.3배나 되는 땅이 필요하며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부족하게 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카자흐스탄 크기의 풍력발전소나 스페인 크기의 태양열 패널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미래는 당연히 비관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성장과 변화,혁신은 수많은 사람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진정한 위험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서 온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