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도매가격이 오르고 있다. 고급 원두 중 국내 사용량이 가장 많은 브라질산 아라비카 품종을 중심으로 이달 들어 20% 이상 올랐으며,내달까지 수입상별 재고 물량 정도에 따라 도매가격 인상이 잇따라 이뤄질 예정이다.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콜롬비아산 원두는 올 들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최근 1년 사이에 50%가량 급등했다.

지난 6월 중순 급등한 국제 원두 시세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자 국내 재고량이 부족해진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상승세 이어가는 국제 원두값

미국 뉴욕국제선물거래소의 아라비카 품종 커피 원두 가격은 18일(현지시간) 파운드당 177.8센트에 거래됐다. 이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직전인 지난 5월 말에 비해 32.4% 오른 것이다. 이틀 전인 16일엔 파운드당 181.1센트까지 오르며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고급 커피 수요가 늘어나는 데 비해 브라질 콜롬비아 등 주요 생산국들의 이상기후로 공급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유리지 코리아PDS 연구원은 "브라질의 경기 회복과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고급 원두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브라질 원두 품질 수준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고 고급 원두 생산지인 콜롬비아는 홍수 피해 등으로 물량이 크게 부족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제 투기자금 유입과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 정부가 원두 수출량 통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원두 거래 업체인 GSC인터내셔널의 황유진 실장은 "커피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지금까지 원두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뉴욕 딜러들 사이에서는 파운드당 2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산 원두 도매가격 20% 넘게 인상

식음료 업계와 원두 수입 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두 가격 오름세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부 수입상들이 국내 원두 도매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원두 커피의 주류를 이루는 아라비카 품종 중 브라질산 'NY(뉴욕) 파인컵' 등급의 원두 도매가격이 ㎏당 6000~6500원까지 올랐다. 지난달까지 국내 시장에 공급된 가격인 ㎏당 5000원 선과 비교하면 20~30% 정도 오른 것이다. 커피 음료를 생산하는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 수입업체의 경우 낮은 가격에 들여온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재고가 동난 품종의 원두부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원두 수입업체 관계자는 "지난 5월 이전에 국제시장에서 구입한 2~3개월치 재고 물량이 거의 소진되고 있어 내달 초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브라질산보다 가격이 비싼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원두는 이미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두 로스팅(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것) 업체인 빈블레스의 고적균 대표는 "작년 하반기 ㎏당 5000원에도 못 미치던 콜롬비아 아라비카는 현재 7000원을 넘어섰다"며 "원가 상승분을 커피 프랜차이즈 등에 대한 공급가에 바로 전가하지 못해 마진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원두 가격이 급등하자 동서식품 등 대형 커피음료 업체들은 원두 재고량을 2~3개월치 줄였으며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입 창구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