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와 7개 부서 장관 및 국세청장 · 경찰청장 후보자 등 모두 10명이 대상이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에 대한 막말 파문,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제기된 터라 일부 인사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청문회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국정을 주도할 내각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민적 관심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위법행위 여부와 제기된 의혹,도덕성 문제 등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위장전입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충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비록 부동산투기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자녀교육을 위해서였다고 하지만,고위 공직자로서의 처신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야권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도 자격미달로 판단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격 의견을 낼 것이라고 하니 청문 과정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이나 각종 의혹규명에만 치우쳐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이 소홀해질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총리나 장관은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국정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공직자로서 책무가 막중하다. 따라서 청문회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정책구상과 수행 능력, 식견, 자질, 소양 등을 제대로 갖췄는지 가려내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이 같은 청문회 본연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정략적으로 접근,후보자들의 흠집을 내려고 근거가 확실치 않은 의혹들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남발한다거나 정치적 공세만 일삼았던 것이 그동안의 악습이다. 이런 부실 청문회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국회가 인사청문회의 성격과 검증 잣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단골메뉴인 위장전입만 해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또 여당과 야당이 마치 국정조사를 벌이는 것처럼 인사청문회에 별로 관련도 없는 엉뚱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무분별하게 불러내는 일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