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차이나 쇼크'에 빠져들었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하자 다른 외국인 기관투자가와 국내 기관투자가도 서둘러 채권 매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주요 국고채 금리가 1년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금리가 급락하자 통화정책이 무력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0.06%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19일에도 0.04%포인트 하락,연 4.24%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30일(연 4.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급락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 채권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설명했다. 외국인은 18일과 이날 이틀 동안 1조6000억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AIG의 대만 자회사인 난산생명보험이 20년 만기 국고채를 1500억원어치 이상 매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여파로 2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3%포인트나 하락한 연 4.74%로 마감했다. 지난해 1월14일(연 4.69%) 이후 최저치다. 난산생명보험은 중국이 한국 국채를 집중 매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 채권을 서둘러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만기 국고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거래가 폭발했다. 이날 거래량은 2조1000억원가량으로 전날(2조원)보다 늘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 규모(2000억~3000억원)의 10배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한국 채권을 58조4000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전체 매입 규모가 76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입 강도가 20%가량 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장기물 국채 금리가 급락(채권가격은 급등)한 것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 물량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묻지마 매수' 주문을 집중시킨 영향도 작용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방침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채권을 공매도해 놨는데 외국인이 사들이자 가격 불문하고 서둘러 공매도 물량을 채우고 있다.

한편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채권 매수 영향으로 전날보다 1원50전 내린 1172원70전을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