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테크 시장에서 주식형 펀드는 위기를 맞은 반면 랩어카운트는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문사가 추천한 종목을 참고해 판매사 랩 운용팀의 매니저가 편입종목과 비율을 결정해 운용하는 방식의 자문사 연계형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상품 중 일부는 시장 상승률을 세 배 가까이 초과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초기 가입자들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금액이 넘어선 상품은 추가 가입자를 받지 않는 사례까지 나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로 7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랩으로는 4월 말(최근 공식 집계)까지 7조4000억원이 들어온 배경이다.

최근에는 '투톱(Two-Top)형 랩' '하이브리드형 랩' '목표전환형 랩'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과 함께 높은 수익을 거뒀던 기존 랩 상품보다 리스크 관리 측면을 보완하고 운용 방식도 일부 변경했다. 랩 투자를 이제야 시작하려는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진화 중인 랩

투톱형 랩은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fund of funds)'처럼 랩에 투자하는 '랩오브랩스(wrap of wraps)' 구조로 운용된다. 기존 판매하고 있는 랩 상품 중 매월 가장 성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2~3개의 상품에 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 상품은 특정 랩 상품이 월별 수익률에서 지속적으로 1위를 하지 못한다는 과거 성과 분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랩 운용부서에서는 다양한 정량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통해 시장 국면에 따라 매월 2~3개의 베스트 랩을 선정해 투자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위험조정 수익률을 높이게 된다. 이 상품은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서 적정위험 대비 꾸준한 수익을 원하고,펀드보다는 유연한 시장 대응으로 주식투자 위험을 관리하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하이브리드형 랩도 주목받고 있다. 이 상품은 펀드와 랩을 섞어 서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펀드와 랩에 7 대 3 정도로 분산 투자한다. 한 상품에 투자했을 때보다 상승장에서는 탄력적으로,하락장에서는 방어적으로 운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7월 출시한 하이브리드형 상품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를 앞서고 있다. 펀드를 통한 분산투자 효과와 주식 랩을 이용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의 효과를 절충한 상품이다.

목표 전환형 랩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로 하는 수익률은 다르지만 대개 8~15%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장기보다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단기 수익을 올리고 안전하게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환매 후 재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중반부터 출시돼 올해 상승장에서 많은 상품이 목표 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신상품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랩 투자 5계명 명심해야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일수록 랩어카운트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고점에서 펀드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펀드와 달리 랩 상품은 단기간 높은 성과를 거둘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랩은 만능이 아니고 펀드보다 우월한 상품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 펀드를 환매하고 랩 투자를 고려 중인 투자자들은 명심해야 할 '랩 투자 5계명'을 되새겨야 한다.

첫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선 안 된다. 펀드 손실은 펀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투자 시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실패의 책임이 펀드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일부 랩어카운트에 국한된 단기적으로 우수한 성과가 전체 랩어카운트의 양호한 수익률로 오인되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시중에 다양한 랩 상품이 있지만 성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둘째 운용전략이 나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펀드와 랩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 펀드는 40~70개의 종목을 편입하고 개별 주식의 시가총액을 고려한다. 하지만 랩은 대개 10~20개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위로든 아래든 주가지수와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이한 운용 스타일 때문에 반드시 상품과 나의 투자 궁합을 맞춰보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셋째 일임에도 전략이 있다. 투자자에게 효과적인 투자전략은 기본적으로 펀드로 주가지수 상승을 추종하면서 성과가 양호한 랩으로 초과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과만이 아니라 숨어 있는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는 한번 성과가 좋으면 지속적으로 좋고 성과가 나쁜 펀드는 수익률 부진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골라야 한다.

넷째 리밸런싱(자산재조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펀드와 랩을 섞을 때 중요한 점은 리밸런싱이다. 보유한 펀드의 성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 리밸런싱을 통해 펀드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랩은 가장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품을 선택하되 출구전략(환매시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전략에 능숙하지 않다면 국내의 대표주에 투자하거나 투자 종목 수를 늘려 투자위험을 줄인 랩에 투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문사보다 판매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성공투자의 진리는 '수익 추구보다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문사로부터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문을 받아 실제 운용을 하고 자산 리밸런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판매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보경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팀장boros.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