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현대건설 M&A 세가지 시나리오…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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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범현대가(家)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M&A)를 둘러싼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등)과 현대그룹(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간 의도하지 않은 '기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예상 가능한 '현대건설 M&A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단독인수'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동시 인수'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또는 현대상선 경영권 지키기' 등이 그것이다.
◆범현대가 모이기만 해도 계열사 주가 일제히 '들썩'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에 이어 전날(19일) 현대증권까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현대증권은 이날 장중 -6% 이상 떨어지는 등 급락세로 돌아섰고, 현대상선도 -3% 가량 약세를 보였다.
이들 주가는 특히 이번주 현대차그룹이 결국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퍼진 덕분에 인수부담이 없어진 듯 연일 강세를 보여왔다. 전날까지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은 각각 5거래일과 3거래일째 급상승했다.
또 범현대가가 집안일로 모이기만 해도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상장계열사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매번 들썩인다.
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두고 현대그룹이 인수하겠다고 피력하면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이 떨어진다. 자금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 현대상선 현대증권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들은 다만 '현대건설 M&A 이슈'에 다소 둔감해진 모습이다. 지난 7월초 현대건설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갑자기 떠오른 직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부터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7월초 주가급락으로 시가총액이 대거 사라지는 등 현대건설 M&A에 따른 악재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으며, 자금여력도 풍부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현대건설 M&A 시나리오의 핵심은 바로 '인수주체'
현대건설 M&A에 따른 대형 상장계열사들이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급등락을 반복하자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애널)들도 다양한 M&A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러한 분석들은 오르는 주가에 기름을 붓기도 하고, 떨어지는 주가에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현대건설 M&A 시나리오 중 이달 들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협력' 시나리오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약 8%를 현대중공업 측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을 지배한 뒤 자사의 산하에 있는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 주가는 M&A 이슈로 기대가 커지면서 연일 뛰었다. 그러자 현대그룹은 곧바로 공시를 통해 현대증권이 현대건설 지분 일부를 매입,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은 강 애널의 판단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며 "현대차그룹이 건설담당 자회사인 현대엠코와 시너지 등 장기전략을 위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으나, 현대상선의 지분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애널은 "현대차그룹이 단독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고 해도 현대상선의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넘기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두 '형제그룹'이 힘을 합쳐 현대건설을 인수한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현대엠코와 시너지 합병을 이끌어 내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을 지배해 조선사와 해운사를 동시에 가지게 된다는 이유 등의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을 지배한다고?…"가능성 낮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힘을 합쳐도 현대상선을 지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그룹이 최선책인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차선책으로 현대상선 자사주를 매입,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애널은 "현대중공업이 예상 시나리오대로 현대상선 지분 약 8%를 확보한다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라면서 "그렇다면 현대그룹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방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올들어 지분을 늘린 것도 현대그룹에 대한 압박(?)을 위한 것이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측은 6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 약 25%를 보유 중이다. 또 현대건설이 약 8%, KCC가 5% 가량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KCC는 현대중공업그룹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약 20%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 중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합치면 대략 40%를 웃돌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러한 현대건설 M&A 이슈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하는 애널도 있다. 그는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할 지 여부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고, 매각공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는 모두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여의도 증권가에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예상 가능한 '현대건설 M&A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단독인수'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동시 인수'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또는 현대상선 경영권 지키기' 등이 그것이다.
◆범현대가 모이기만 해도 계열사 주가 일제히 '들썩'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에 이어 전날(19일) 현대증권까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현대증권은 이날 장중 -6% 이상 떨어지는 등 급락세로 돌아섰고, 현대상선도 -3% 가량 약세를 보였다.
이들 주가는 특히 이번주 현대차그룹이 결국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퍼진 덕분에 인수부담이 없어진 듯 연일 강세를 보여왔다. 전날까지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은 각각 5거래일과 3거래일째 급상승했다.
또 범현대가가 집안일로 모이기만 해도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상장계열사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매번 들썩인다.
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두고 현대그룹이 인수하겠다고 피력하면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이 떨어진다. 자금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 현대상선 현대증권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들은 다만 '현대건설 M&A 이슈'에 다소 둔감해진 모습이다. 지난 7월초 현대건설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갑자기 떠오른 직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부터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7월초 주가급락으로 시가총액이 대거 사라지는 등 현대건설 M&A에 따른 악재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으며, 자금여력도 풍부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현대건설 M&A 시나리오의 핵심은 바로 '인수주체'
현대건설 M&A에 따른 대형 상장계열사들이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급등락을 반복하자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애널)들도 다양한 M&A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러한 분석들은 오르는 주가에 기름을 붓기도 하고, 떨어지는 주가에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현대건설 M&A 시나리오 중 이달 들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협력' 시나리오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약 8%를 현대중공업 측에 넘겨줄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을 지배한 뒤 자사의 산하에 있는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 주가는 M&A 이슈로 기대가 커지면서 연일 뛰었다. 그러자 현대그룹은 곧바로 공시를 통해 현대증권이 현대건설 지분 일부를 매입,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은 강 애널의 판단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며 "현대차그룹이 건설담당 자회사인 현대엠코와 시너지 등 장기전략을 위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으나, 현대상선의 지분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애널은 "현대차그룹이 단독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고 해도 현대상선의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넘기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두 '형제그룹'이 힘을 합쳐 현대건설을 인수한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현대엠코와 시너지 합병을 이끌어 내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을 지배해 조선사와 해운사를 동시에 가지게 된다는 이유 등의 빌미(?)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을 지배한다고?…"가능성 낮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힘을 합쳐도 현대상선을 지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그룹이 최선책인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다고 해도 차선책으로 현대상선 자사주를 매입,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애널은 "현대중공업이 예상 시나리오대로 현대상선 지분 약 8%를 확보한다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라면서 "그렇다면 현대그룹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방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올들어 지분을 늘린 것도 현대그룹에 대한 압박(?)을 위한 것이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측은 6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 약 25%를 보유 중이다. 또 현대건설이 약 8%, KCC가 5% 가량 현대상선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KCC는 현대중공업그룹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약 20%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 중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합치면 대략 40%를 웃돌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러한 현대건설 M&A 이슈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시나리오'라고 일축하는 애널도 있다. 그는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할 지 여부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고, 매각공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는 모두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