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주들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들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기세다.

20일 오후 2시30분 현재 한화케미칼은 6.56%, 금호석유는 6.52% 급등중이다. 이 밖에 효성이 3.56%, 제일모직이 2.86%, OCI가 1.90%, LG화학이 1.43%, 호남석유가 0.80% 상승하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OCI, 금호석유, LG화학은 이날 무더기로 신고가도 경신했다.

코스피 화학업종 지수는 1.01% 오르며 약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피 지수 대비 강세를 기록중이다.

화학업종은 최근 6일 연속 상승하며 눈에 띄는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화학업종 지수는 지난 13일부터 6일 동안 8%대 상승하며, 같은 기간 2.8% 오른 코스피 지수를 압도했다.

이 같은 화학업종의 최근 강세 요인으로 숏 커버링(매도 후 재매수)이 꼽히고 있어 눈에 띈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화학 업황을 부정적으로 본 투자자들이 4월 이후 호남석유나 한화케미칼 같은 순수화학 업체들에 대해 공매도를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호남석유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공매도 거래량이 급증, 7월까지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8.3%를 나타냈다. 높은 날은 40% 가까이를 공매도가 차지하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은 5월부터 6월 동안 공매도량이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평균 7.7%에 달했다.

하지만 화학업종 주가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고, 이에 공매도 세력이 손절매를 하기 위해 숏커버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들이는 매수세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공매도 세력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외국인의 화학업종 순매수세에는 숏커버 물량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호남석유 등 일부 종목이 과거 공매도 비중이 15%를 넘나들 정도로 높게 나타나 숏커버링 기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반기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됐던 석유·화학 시황도 의외로 탄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백영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 제품가격이 8월초부터 4개월만에 반등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9월 추석 시즌을 맞아 중국발 제품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는 분위기"라고 풀이했다.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면서 하반기 석유·화학 시황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었던 것이 화학주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지만, 중국 증설 예정 물량의 80~90%가 이미 시장에 나왔음에도 우려 만큼 충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훈 애널리스트는 "내년부터는 증설 규모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업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