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세 가지 악재를 동시에 만났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제조업지수,경기선행지수가 특히 주목받는 지표다. 이 부문의 부진한 수치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로 바로 이어진다. CNN머니는 19일 "세 가지 경기지표를 의미하는 '경제 트라이펙터'가 시장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더블딥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화되는 미국의 트라이펙터

무엇보다도 부진한 고용지표가 더블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전주보다 1만2000명 증가한 5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47만8000명)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많다. 지난 3월 말 43만명을 기록한 이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제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제조업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이달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지수가 지난달 5.1에서 -7.7로 급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7.0)를 크게 밑돈 것으로,제조업지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1년 만이다. 제조업지수가 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5월 21.4에서 석 달 만에 0 이하로 곤두박질했다. 뉴욕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도 이번 달에 7.1로 지난 4월(32)의 22%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미국 제조업이 위축세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향후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 단체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향후 3~6개월 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달 0.1% 상승했다. 하락한 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시장 예상치(0.2%)엔 못 미쳤다. 최소 올해까진 회복세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19일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도 트라이펙터 우려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고난의 시기를 겪을 것"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향후 미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관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재정적자 전망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 경제는 더욱 어려운(tough) 시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글러스 엘먼도프 CBO 국장은 "현재 미국은 높은 실업률과 부진한 제조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엘먼도프 국장은 "빈집과 사무실,가동을 멈춘 공장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주택 건설과 제조업 투자 부진이 계속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용지표도 2014년까지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연말 9.3%,내년 말 8.8%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며,2014년에야 실업률이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2012년 이후에야 미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미국 경제의 불황 국면을 공식 인정했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일에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트라이펙터

trifecta. 경마 경기에서 내기를 거는 방식의 하나. 1,2,3위로 들어오는 말을 모두 예측해야만 건 돈을 딸 수 있다. 경제 트라이펙터는 동시에 발표되는 주요한 세 가지 지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