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영국 원유 탐사 · 생산 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에 대한 적대적 인수 · 합병(M&A)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다나 페트롤리엄 주식과 전환사채(CB) 100%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20일 런던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석유공사는 이에 앞서 M&A 자문사인 메릴린치를 통해 지분 48.62%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 19곳으로부터 매매의향서(LOI)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해외 기업 적대적 M&A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을 갖게 돼 사실상 인수에 성공하는 것인데 이미 50%에 가까운 주주의 동의를 받아 유리한 고지에 섰다"며 "다나 인수에 성공하면 해외 석유개발 사업의 거점을 북해와 아프리카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인수가로 전날 종가 16.95파운드에 비해 6.2% 높은 주당 18파운드(약 3만3100원)를 제안했다. 이 조건으로 다나의 보통주와 CB 100% 전량을 인수하려면 총 18억7000만파운드(약 3조4400억원)가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2,3개월 안에 지분 90%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 관련 규정에 따라 앞으로 28일 이내에 주주들에게 정식 제안서를 보내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나 주식은 이날 런던 증시에서 6.02% 오른 17.97파운드에 마감, 석유공사의 제안가와 비슷해졌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대부분 다나 주주들이 석유공사가 제안한 인수가격에 만족하고 있으며,M&A 제의를 거절한 이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6월 16억7000만파운드를 다나 인수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다나 측이 북해 유전탐사 성공을 회사의 가치평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반발,협상이 결렬됐다.

다나 페트롤리엄은 작년 기준으로 영국 북해와 북서 아프리카 등 14개국 36개 지역에서 하루 5만3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페트로 캐나다를 인수,3100만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북해 유전광구를 확보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다나 인수에 성공하면 원유 자주개발률이 9%에서 10%대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공개매수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로부터 장외에서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을 말한다. 통상 경영권 획득이 목적이다. 인수 대상 기업과의 협상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공격자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적대적 인수 · 합병(M&A)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