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던 유럽 금융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자 이번엔 G2(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가장 뚜렷하게 반영하는 변수는 다름 아닌 환율이다.

지난해 말부터 기축통화(달러 유로 엔)들 간 무게중심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강세를 유지하던 유로화는 4분기 중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지역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올 4월께까지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반영해 강세를 보였다. 이 기간 엔은 달러 대비로는 약세,유로 대비로는 소폭 강세를 나타내면서 전반적으로 약세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같은 판세는 4월 중순을 지나며 급격히 역전됐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한 적극적 처방이 제시되는 동시에 2분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자 '엔>유로>달러'의 흐름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엔 강세는 절대적으로 안전자산만을 선호하던 위기의 정점에서 벗어났음을 반영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여전히 글로벌 전반에 리스크가 남아 있고,금융시장이나 각국의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반기를 지배하던 위기감과는 확실히 다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달러와 금의 동반강세가 약화된 부분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 현상은 확연히 완화되고 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대신 엔화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금값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국제 금값은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절정이던 5월에 고점을 찍은 후 5% 정도 하락했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하반기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꾸준히 확대될 것이다. 글로벌 불안요인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이뤄지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환율의 움직임이 가르쳐 주는 방향은 명백하다. 바로 펀더멘털이 확실하게 개선되고 있는 원화자산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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