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문학 및 철학의 주요 주제였던 행복이 이젠 사회적 화두로 부상 중이다. 행복은 기실 정의 내리기가 만만치 않은 우리를 미혹시키는 개념이다. 매우 주관적인 차원에서라면 노예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다소 극단적 상황에서라면 타인의 불행 앞에서 행복의 쾌감에 젖을 수도 있기에 그러하다.

행복 개념에 담긴 사회적 요소에 주목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은 자못 흥미롭다. 실제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행복지수 개발에 주력해온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행복 개념을 둘러싸고 우리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일례로 서구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영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선별작업을 시도해본 결과,일(직업)을 통한 만족과 경제적 풍요로움이 행복을 체감케 하는 영역 1순위로 지목됐고,여가를 통한 삶의 에너지 재충전이 그 뒤를 이었다. 대신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건강한 신체,친구와의 우정,만족스런 가족생활은 앞서의 일이나 여가보다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남달리 주목했던 또 하나의 이슈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였다. 이에 대한 탐색 결과 행복한 사람에게선 4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행복한 사람들 다수는 삶의 방향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지금 나의 생애주기 단계에서 필히 수행해야하는 과업은 무엇인지,더불어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끊임없이 자문(自問)하면서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행복한 사람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둘째 행복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로 밝혀졌다. 그들은 대체로 지독한 연습벌레이거나 왕성한 호기심의 소유자들이었고 늘 배움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었다.

셋째 행복한 사람들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불행을 토대로 성공의 열매를 따고자 하는 미성숙함,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성,어디로 튈지 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이는 불안정성 등은 이들과는 거리가 먼 특성이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주위를 향해 사려 깊게 배려하는 이타주의자들이었다. 그런 만큼 사익(私益)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기보다 공공의 선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다.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곰곰 새겨보면 행복과 성공 사이엔 화해하기 어려운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충분히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이타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 굳이 사회적 명예나 위세 따위에 눈을 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거꾸로 가슴 가득 야망을 품고 출세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이라면 정서적 성숙이나 이타주의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청문회 시즌이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에 오른 이라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청문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위장전입 의혹,자녀의 병역의무 기피 등 다종다양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음은 유감이다. 진정 나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고 사회전반에 걸쳐 행복의 무드를 창출할 수 있음에랴.더욱이 오랜 세월 진정 행복한 사람이고자 노력했다면 현재와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정서적 성숙과 이타주의를 내면화한 진정으로 행복한 청문회 주인공을 만날 수 있으려나?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