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가 지상파 3사와의 저작권 소송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 중단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방송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상파 3사가 지난해 11월 티브로드 등 5개 대형 케이블TV(MSO)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다음달 8일 선고할 예정이다.

지상파 3사는 재전송 대가를 내지 않는 디지털케이블방송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지상파방송 재전송을 금지하고 하루 1억원을 지불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해소 등에 공헌해온 것을 강조해온 케이블TV업계는 법원이 저작권 침해에 초점을 맞춘다면 소송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소송 결과에 따라 디지털케이블방송에서 지상파방송 재전송 중단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상파채널이 일반 방송채널(PP)처럼 계약을 통해 서비스된다면 재전송이 중단되는 지상파 채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방송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사들의 요구대로 케이블TV가 저작권료를 지불하게 되면 지상파방송 중단으로 시청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가구의 80%(아날로그 포함)가 케이블TV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데 케이블TV가 재전송을 중단하면 일반 가정에서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이 쉽지 않은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의 46.1%,연립주택의 8.2%,단독주택의 12.6%에서만 지상파방송 직접수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사들이 시청자 감소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반 PP의 방송수신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상파 3사는 디지털케이블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대가로 방송사별로 가입자당 월 320원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가 30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348억원 규모다. 1500만명의 아날로그방송 가입자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할 경우 지상파방송에 지급해야 하는 재전송 대가는 연간 1700억원에 이른다.

케이블TV들이 지상파 재전송 대가를 지불하게 되면 PP에 지급하는 방송 수신료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케이블TV가 일반 PP에 지급한 방송수신료 배분액은 2990억원이지만 이 중 상당액이 지상파방송으로 빠져나가면 일반 PP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단순히 저작권 침해 여부만을 판단할 경우 자칫 국민의 기본적인 시청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수익기반이 취약한 일반 PP들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