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센주의 롤란트 코흐 전 주지사는 올초 재정 긴축의 일환으로 교육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연방정부에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교육비를 줄이면 독일의 미래는 없다"며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남부유럽의 재정 위기가 불거지면서 독일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여념이 없을 때였다. 헤센주뿐만 아니다. 다른 주들 역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복지제도를 축소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관련 예산은 손을 대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내년 예산 책정 때도 전 부처의 예산을 줄였지만 교육 및 연구 · 개발(R&D) 예산만 유일하게 7.2% 늘렸다.

독일 정부가 늘어나는 재정 적자에도 불구,이처럼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공교육을 통한 숙련기술자 양성과 기술 승계 없이는 제조업 강국 독일의 위상을 지키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아네테 샤반 독일 교육부 장관의 말처럼 독일 공교육을 상징하는 '이중 교육시스템(dual system)'은 독일을 세계적 수출국으로 만든 토대가 됐다.

이중 교육시스템은 학교 교육과 직장연수를 병행하며 이론과 실습을 같이하는 제도다. 독일의 중 ·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김나지움과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하우프트슐레,그리고 이 중간 단계인 레알슐레의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의무적으로 2~3년간 주 2~3회씩 현장에 나가 실습활동을 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국가 공인 전문가인 '마이스터'로부터 기술을 승계받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른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독일 전체 취업자의 56%가 이중 교육제도를 통해 전문 직업교육을 받았다. 사실상 독일의 주축 산업인력이 이중 교육시스템을 통해 배출된 것이다.

대학 전공자는 17%였으며,공교육 과정에서 관련 직종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19%였다. 바바라 본라트 카스터 독일 중소기업협회 국장은 "독일은 학력과 소득 수준의 괴리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심한 편"이라며 "반면 기술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고 제도적 지원이 탄탄해 독일 젊은이들이 제조업 진출에 거부감이 적다"고 말했다. 많이 배울수록 소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