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바짝 움츠러들면서 웬만한 호재에도 주가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수백억원대 제품 계약을 맺거나 공사 수주를 따내도 주가가 하락하기 일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된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수백억원대 납품계약에도 주가 하락

톱텍은 지난 20일 삼성SMD에 372억원어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제조장비를 공급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720억원의 51.7%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날 톱텍 주가는 2.03%(160원) 떨어진 7710원에 마감됐다. 코스닥지수(-0.08%)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톱텍은 삼성전자에 150억원 규모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설비를 납품한다고 발표한 지난 10일에도 주가가 6.59% 하락한 뒤 이틀 동안 11% 넘게 급락했다. 결국 톱텍은 지난달 30일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지난해 매출 규모를 넘어서는 835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따냈지만 주가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3.6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에스에프에이도 지난해 매출(3070억원)의 23.4%에 달하는 719억원 규모의 AMOLED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삼성SMD와 맺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그러나 주가는 1.52%(1000원) 하락한 6만4700원에 마감,이틀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에스에프에이는 삼성전자와 288억원 규모의 LCD 제조장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11일에도 2.50% 하락했다.

이 밖에 11일 사우디 디젤이큅먼트와 216억원어치 펌프트럭 공급계약을 맺은 에버다임과,10일 한국스마트카드와 99억원 규모 신교통카드시스템 단말기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에이텍도 발표 직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코스닥 투자심리 크게 위축

이 같은 현상은 대규모 납품계약이란 호재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1800선을 눈앞에 뒀을 때도 코스닥지수는 480선에서 맴돌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규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정보기술(IT) 부품 · 장비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계약 체결이 늘었지만 주가가 올라야 할 이 같은 호재에도 오히려 떨어지는 '역효과'가 심심찮게 나타났다"며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손해본 투자자들이 호재가 나오자 재빨리 매도해 손실을 줄이자는 욕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방산업인 IT 업황에 대한 우려도 호재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간판 IT주의 부진으로 IT 관련 부품 · 장비주들의 실적이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병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의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보니 IT기업으로부터 받은 납품계약을 단발성 호재로 여기면서 실적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들의 성과를 시장이나 업황에 대한 불안감과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학주가 치고 나가는 반면 IT주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발광다이오드(LED)를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는 살아있다"며 "대규모 수주는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재료이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