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뉴욕시 일대에 빈대 비상령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최근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극장 체인 AMC의 좌석을 비롯해 렉싱턴 에비뉴에 있는 의류점 빅토리아 시크릿,잡지사 엘르의 사무실은 물론 브루클린에 있는 연방 지방검사 사무실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시 주택보전국에 따르면 빈대 침입 건수는 지난 2년 새 67% 증가했고 뉴욕시 민원전화 코너에도 지난 1년간 총 1만2768건의 빈대 발생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과 2007년 대비 각각 16%,39% 증가한 것이다. 또 뉴욕시 커뮤니티 보건 조사에서 지난해 뉴욕시민 15명 중 1명꼴로 집에 빈대가 있다고 답했다. NYT는 현재 그 숫자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빈대 살충제로 널리 쓰이던 DDT 사용이 오래 전 금지된 데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여행이 증가하면서 빈대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빈대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생각보다 크다. 빈대는 전염병과는 다르지만 옷을 통해 남에게 옮겨지는 것은 물론 사람을 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무실에서 빈대가 발견된 브루클린 연방 지방검사실의 경우 일부 변호사들이 사무실 방문을 꺼리고 있고 집에서 빈대가 발견된 한 뉴요커는 친구들이 포옹은 물론 방문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뉴욕시는 이른바 '빈대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뉴욕시 의회는 집주인이 예비 임차인에게 과거에 빈대가 발견됐는지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현재 데이비드 패터슨 주지사의 서명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점들도 마찬가지다. 타임스스퀘어의 AMC와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임시로 문을 닫고 방제작업을 벌인 뒤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