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롯데쇼핑 두산중공업 한화케미칼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 새 4조원 이상을 해외 알짜 기업을 인수 · 합병(M&A)하는 데 투입했다. 여기에 민간 기업들의 유전 가스전 광산 투자와 해외 생산기지 신설 투자를 합하면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 사업 확대에 1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구조조정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진 국내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들이 잔뜩 움츠린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절호의 기회로 보고 해외 M&A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짜 해외기업 M&A,지금이 적기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M&A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한국 기업이 적지 않다. 실탄이 풍부한 국내 기업들이 신성장 산업 분야를 찾기가 한결 수월한 데다 금융위기 여파로 해외 유망 기업의 값이 싸지면서 해외 M&A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도 글로벌 M&A가 늘어나는 이유다.

롯데는 해외 M&A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주력 계열사의 하나인 호남석유화학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을 1조5000억여원에 인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회사는 이번 M&A로 단박에 아시아 2위의 에틸렌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앞서 롯데쇼핑은 1조1200억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 점포와 중국 슈퍼마켓 체인인 타임스를 인수했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급성장하는 중국과 동남아 유통시장으로 사업무대를 확대,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폴란드 가전업체 아미카(Amica)를 인수,유럽 지역에 첫 백색가전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유럽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물류비용을 대폭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멕시코에 해외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두고 유럽지역에는 중국과 동남아산 제품을 주로 공급해 왔다.

두산그룹은 작년 말 체코 터빈업체인 스코다파워를 8000여억원에 인수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해외 기업 인수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라며 "추가적인 M&A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달 초 4330억원에 세계 4위 태양광 업체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49.9%를 확보했다. 해외 기업 M&A를 통해 미래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분야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 반대편 자원까지 캐낸다

SK 포스코 GS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한국석유공사나 한전 등 공기업 못지않게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공격적이다.

SK에너지는 영국 브라질 페루 베트남 등에서 광구 33개에 대한 지분 및 운영권을 사들여 해외에서 5억2000만배럴(매장량 기준)의 원유를 확보했다. GS칼텍스는 올 2월 미국 셰브론사로부터 방글라데시 육상 탐사광구인 '블록7' 지분 45%를 인수,가스전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포스코는 광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미 세계 각지에 투자한 광산만 20곳에 달한다. 올해 호주 석탄광산에 이어 지난달 API 철광석광산 지분 24.5%를 1950여억원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중 · 장기적으로 광산 추가 확보를 위해 총 50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LS니꼬동제련은 이달 초 호주 광산개발업체인 샌드파이어 지분 12.5%를 1000여억원에 사들였다.

장창민/이정호/송형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