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부산 기장군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곳 1층에 위치한 암 조기진단실(PET CT)에서 한 중년부인이 검사를 받고 있었다. 방사성을 이용한 첨단장비를 통해 20분 만에 검사를 마쳤다. 병원 건물 바로 뒤편의 암연구센터에는 연말 가동을 목표로 낮은 수치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동물실험장비 등이 속속 배치되고 있었다. 이 병원 박찬일 원장은 "우수 의료인력이 첨단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개원 한 달여 만에 24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를 15% 정도 웃도는 수준.병원 개원 덕분에 고급 일자리도 500개나 생겨나 일자리 부족 문제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부산 기장군과 울산,경남 창원을 잇는 일대가 원전산업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경남 지방자치단체는 원전산업을 동남권을 먹여살릴 미래산업으로 보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우선 부산시는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1조1600억원을 투입해 원자력 의과학특화단지를 조성 중이다. 1단계로 지난달 16일 1775억원을 들여 7만3451㎡ 부지에 원자력의학원을 개원했다. 이어 2015년까지 1950억원을 투자해 꿈의 의료용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센터를 설립한다. 2단계로 2015년까지 2500억원을 들여 5만㎡ 부지에 20㎿급 수출용 신형연구로(원자로) 1기와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3단계로 부지 130만㎡에 2020년까지 원자력의학 분야와 의료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2016년까지 700억원을 들여 방사성 동위원소 분야의 R&D 성과를 산업화할 동위원소이용연구소도 유치할 방침이다.

울산시도 원전산업에 적극적이다. 신고리 3 · 4호기 등 풍부한 원전 인프라를 기반으로 원자력 보조기기와 부품소재,원전 정보기술(IT) 융합산업 등 원자력 멀티콤플렉스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 핵심 과제로 정부의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사업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스마트사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7년까지 6800억원을 들여 15만㎡ 부지에 발전시설과 해수담수화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울산시는 부산과 공동으로 유치전에 나서면 스마트사업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산지역 원전 관련 제조업체들도 기술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에 발벗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창기업 일진에너지 티에스엠텍 성진지오텍 대봉아크로텍 등이 주력이다. 울산시는 이들 민간 기업과 한국수력원자력,울산과학기술대가 참여하는 '원전산업 육성발전협의회'를 구성,원전 국책사업 유치에 들어갔다. 경상남도도 창원의 두산중공업과 원전 관련 중소기업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지원 전략을 짜고 있다.

부산=김태현/울산=하인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