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합병(M&A)을 놓고 예상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현대증권), 현대차그룹(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그룹(하이투자증권) 등 각 그룹의 증권계열사들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약 8%)이 M&A 성사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어갈 경우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주인이 바뀔 수 있고, 이 때문에 각 그룹의 증권 계열사간 M&A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는 '한 발 빠른' 예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대증권은 장중 5% 이상 주가가 뛰는 등 눈에 띄는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달 중순부터 현대건설 M&A 이슈에 따른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일 올랐다. 지난 12일 1주당 1만3700원대에서 거래되던 것이 지난주말 1만6000원대를 돌파, 일주일여 만에 16% 이상 뛰었다.
[분석]현대건설 M&A 덕에 뜨는 증권사 3인방…왜?
현대증권은 지난 16일 잠잠하던 주가가 갑자기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당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M&A 이후 현대증권 합병 가능성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보유지분을 매입대금 회수 등 목적으로 현대중공업 측에 되팔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을 지배한 뒤 산하의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시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내놓으면서 분명 '현대차그룹이 M&A 이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판다는 가정하에'라는 전제를 두었다.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도 현대건설 M&A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선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현대건설 임·직원들을 상대로 HMC투자증권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가입으로 외형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문사 매니저는 "현대건설 MA&를 둘러싼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등 상장 증권사들의 경우 합병 기대 등으로 주가가 미리 오르는 등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도 "현대건설 M&A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룹의 증권 계열사 합병까지 나오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현대건설 매각에 관한 공고도 나오지 않았고, 인수주체가 현대그룹이 될지 현대차그룹이 될지 여부조차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증권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지난주 현대건설의 일부 지분을 취득키로 결정,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