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주가가 심상치 않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큼 급격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1시1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4.23% 내린 3만600원을 기록하며 3만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6월 25일 3만88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이후 불과 두달여만에 20% 이상 빠진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일부 신중론자들은 너무 빨리 올라버린 주가를 약세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들의 차익매물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까지 7거래일 연속 비중을 줄여 나가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 매출액이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9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미주항로 운임인상 효과가 반영되며 지난 6월 한 달 영업이익이 1100억원을 기록했고, 이를 고려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이익증가 기대감이 현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주가 약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른 업종 대비 이익 개선 기대감을 선반영하는 해운주 특성상 현재 주가가 많이 올라 이익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컨테이너 운임이 반등하면서 한진해운 주가는 상승추세를 보여왔다"면서 "하지만 현재 운임은 경기 정점 수준으로, 하반기 비수기 진입을 앞두고 조정이 예상되고 있어 주가 역시 점진적인 약세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부증권은 한진해운이 턴어라운드 이후 실적 확대 국면에서 있고, 선박공급 우려도 시기상조인 만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현대증권도 운임 하방 리스크를 수익전망치에 반영하더라도 현재는 부담없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도 핵심 전력인 컨테이너 부문이 부활해 하반기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키움증권도 물동량 증가와 운임상승을 통해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4만3500원을 유지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