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남유럽발 금융위기 우려로 은행주 주가가 부진했지만 지난 7월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걷혔다. 또 은행세 도입 무산과 바젤위원회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 완화 가능성도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2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도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저점을 확인했다.

9개 상장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2분기 순이익은 총 1조14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1.6%,전분기 대비 66.2% 각각 줄었다. 저조한 실적을 낸 이유는 대기업 구조조정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충당금이 대폭 증가했으며 2분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약 0.4%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순이자마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분기 은행권의 충당금 전입액은 총 4조3538억원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자산건전성 강화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적립한 것으로 판단된다.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비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3분기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계획돼 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므로 하반기에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충당금은 큰 폭으로 감소해 순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경기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 경우 충당금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PF대출 충당금 적립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CD금리가 약 0.16%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2분기 하락했던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3분기부터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대부분 은행들의 자산 · 부채 듀레이션갭(만기 차이)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유리하다. 금리인상분을 대출금리에 먼저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NIM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 가운데 CD연동 대출 비중이 높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수혜가 가장 크고,하반기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있으면 은행의 NIM 개선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다만 현재 경기가 완전히 호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시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성장성 면에선 정부의 예대율 규제와 자산건전성 관리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대출이 은행별로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9개 상장 은행 기준 원화 대출금은 작년 말보다 1.5% 늘었다. 경기 회복세가 약해 공격적인 대출전략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호전된다면 좀 더 공격적인 대출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대출 증가 가능성도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된다면 은행주에 긍정적일 전망이다. 규제 완화는 부동산 거래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은행에 추가적인 대출 증가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아직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하지 않아 은행주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또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이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은행권 인수 · 합병(M&A) 기대가 약해졌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분리 매각된다. 지방은행 간 M&A는 빠르면 올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은행을 둘러싼 은행권 M&A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M&A가 구체화될수록 은행업종은 M&A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은행권 PF대출 잔액은 44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 50조9000억원보다 6조원 줄었지만 연체율은 1.67%에서 2.94%로 올랐다.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PF대출을 줄이고 있고 2분기에 충당금 적립 규모를 키웠지만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따라서 향후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은행은 수도권 위주의 PF대출이 많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작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건설사 구조조정을 통해 한계기업들이 대부분 정리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손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현재 은행업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 수준으로,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음에도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있다. 올해 평균 수정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11.8% 수준으로 추정되며 업종 평균 목표 PBR은 1.2배로 지금보다 30%가량 상승여력이 있다. 따라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