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국민은행은 KB금융 자산의 85%를 차지해 아직까지는 국민은행이 곧 KB금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국민은행의 거래고객 수는 2600만명에 달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이 KB금융과 거래한다는 얘기다. 총 점포수는 1200개를 웃돌며 가계대출 부문의 시장 점유율은 24%에 이른다. 그만큼 KB금융의 개인금융부문 기반은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영업기반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어 당분간 개인금융 부문에서 KB금융의 경쟁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매금융 지배력 막강

신용카드 부문 역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KB금융의 카드사업 부문은 2000년대 초 카드사태를 겪고 2003년 은행으로 흡수된 후 영업이 상당히 위축되기는 했으나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신임 경영진이 카드사업 분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여서 분사가 단행된다면 은행에 흡수된 이후 지속적으로 약화된 경쟁력을 다시 키울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KB금융은 국내외 금융회사의 인수 · 합병(M&A)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잠재적인 인수자로 언급돼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대형 M&A를 감당할 만큼 KB금융의 자기자본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감독규정에 따른 부채 비율과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준수하면서도 약 6조원의 투자여력을 갖고 있어 필요하면 언제라도 M&A를 통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자본여력은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면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KB금융은 금리상승기에 특히 힘을 발휘한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대상 은행 중 금리상승 시 수혜가 가장 큰 곳이 KB금융이다. 시장금리에 따라 적용금리 수준을 조정하면 가계대출 비중이 큰 은행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자산건전성만 개선되면 대폭적인 실적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 KB금융의 무기다.

◆자산 · 부채 관리 효율화는 시급

한때 국내 리딩뱅크를 자처해왔던 KB금융의 최근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유자산이 금리 변동에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별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자산경쟁으로 국고채와 회사채 간,장기와 단기 금리 간 스프레드(격차)가 축소되는 시기에 KB금융의 대출자산은 만기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경영위기를 겪었다. 이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실적을 악화시켰다.

또 KB금융은 금융위기 직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자산을 확장하던 시기에 기업여신 부문에 후발 주자로 가세해 대출자산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이 여파로 충당금 전입비용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게 나타나 이익 규모를 끌어내렸다. 결과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않은 채 자산 확대에 나섰던 것으로 판단된다. KB금융의 고비용 구조도 단점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충당금 규모를 대폭 키워 전임 경영진의 잔재를 일시에 청산하는 '빅 배스'(big bath)가 이뤄짐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충당금 확대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다는 판단이다. 2분기에 현대시멘트 성지건설 등에 대해 1600억원을 기타 충당금으로 적립하는 등 1조원 가까이를 추가 충당금으로 쌓았다. 1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인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는 추세여서 지난 2분기가 실적 저점임을 확인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상반기 충당금 확대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부담할 충당금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KTB투자증권은 KB금융의 올해 하반기와 내년 예상이익 증가율을 각각 36%와 6%로 상향조정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12개월 목표주가 7만3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업종 내 '톱픽(최선호주)' 의견도 유효하다.

금리변동에 민감한 수익자산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은행에 변동성을 안겨주는 부담 요인이지만 현재처럼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수혜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