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자유롭게 선택하는 '스마트워킹' 본격 도입

"업무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35살의 워킹맘(일하는 엄마) H씨는 요즘 스마트워킹으로 달라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2년 간 의 육아휴직을 마친 뒤 최근 복귀한 H씨는 집과 회사가 멀어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스마트워킹으로 H씨는 일과 육아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됐다.

오전 7시 기상 후 아침식사 준비를 한 뒤 서둘러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8시 15분 경. 오늘 해야 할 일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까운 스마트워킹센터를 예약한다. 9시 집에서 웹 화상회의로 주간 팀 미팅에 참여하고 10시에 집을 나서 예약해 둔 스마트워킹센터에서 도착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고객과의 미팅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다보면 어느 덧 11시. 외부 미팅을 마치고 남은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면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오후 2시 외근 차 이동 중 미팅 관련 사항을 컨퍼런스콜(화상회의)로 동료들과 공유한다. 오후 업무를 마친 H씨는 3시 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유치원에 들러서 아이를 데려오고, 5시 아이가 숙제를 하는 동안 업무보고와 향후 일정을 업데이트한다. 6시에서 8시까지는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간단한 청소 및 집안일을 한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8시부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H씨의 하루 일과다"

KT가 여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스마트워킹을 통해 탄력적 근무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KT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스마트워킹’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KT가 파격적인 방안을 들고 나오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육아휴직 연장·원격근무로 생산성 향상

KT는 우선 법적으로 지정한 1년 간 의 휴직 기간 외에 회사 자체적으로 1년을 추가, 여성들이 출산 후 업무에 복귀하기까지 충분한 워밍업의 시간을 줄 계획이다. 조만간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KT 관계자는 설명했다.

KT는 이와 함께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도 집과 회사가 멀어 출퇴근이 쉽지 않은 여성들과 R&D, 지원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워킹을 도입한다.

스마트워킹이란 회사 업무를 고정된 사무실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집, 또는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회사의 공용 센터로 출근해 근무를 하도록 하는 일종의 원격근무 방식을 말한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한 근무환경 개선으로 직원들의 출퇴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자기계발 및 가족 간 즐거움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준다. 또 기업에게는 업무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근이나 이동 중 외부의 다양한 장소에서 그룹웨어 등에 접속해 근무하는 ‘모바일 오피스’나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재택근무’ 등이 스마트워킹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KT는 스마트워킹 추진을 위해 23일 분당에 첫 번째 스마트워킹 센터를 개소했고 9월 말까지 고양, 서초에 2개를 추가로 개설한 뒤 올해 말까지는 노원, 양재, 잠실, 양천, 안양, 분당 등에 6개를 더해 총 9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2012년 말까지는 이를 전국 30개 지역까지 늘려 스마트워킹을 일상화한다는 것이 KT의 방침이다.

스마트워킹 센터에서는 개인을 위한 업무용 노트북 대여가 가능하고 회의실에서는 50인치 모니터를 통한 프레젠테이션 및 사내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 원격 협업 활동을 지원한다.

KT는 제도적 변화는 물론 직원들의 인식 구조를 바꿔나가는 데도 중점을 두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 하에 단계적으로 스마트워킹을 실시할 예정이다.

예컨대 스마트워킹을 선택한 직원들에게 연봉, 승진 등에 있어 절대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스마트워킹으로 변화된 업무 환경을 직원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친다.

KT는 스마트워킹이 육아여성들의 직장 생활을 지원,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실업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워킹 센터 구축에 따라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게 되고, 탄력적 업무 시간 조정으로 인해 보충 인력 또한 필요할 것이란 판단이다.

또 스마트워킹 도입으로 사무공간 축소, 출장비 감소 등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면 이를 다시 신규 인력 채용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KT 측은 설명했다.

△ 스마트워킹 사업모델화로 신규 수익 창출

KT는 내부적으로 스마트워킹 역량을 강화한 뒤에는 이를 사업모델화 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고객사의 현황과 니즈에 최적화된 스마트워킹 스타일을 만들어 토털 매니지드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이 KT의 목표.

KT는 스마트워킹을 도입하려는 업체들에게 컨설팅, IT 인프라 및 공간 제공, 헬프데스크 운영 등을 통해 스마트워킹 시장의 5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행정안전부의 스마트워크센터 구축사업을 수주해 현재 서울 도봉구청과 KT 분당지사에 센터를 구축 중이다.

석호익 KT 부회장은 “스마트워킹은 조직문화의 혁신, 법 제도적 정비, IT 인프라와 솔루션 및 노사를 망라하는 조직구성원의 인식확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어려운 과제지만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KT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워킹을 조기에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CEO들의 81.2%가 3년 안에 스마트워킹 중심으로 업무환경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고, 32.2%의 기업이 3년 안에 모바일 오피스 등 스마트워킹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스마트워킹 도입으로 기업과 근로문화가 바뀌어가고 있으며 지역경제의 발전 및 일자리 창출,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영국의 B사는 1993년부터 스마트워킹을 도입한 이후 9만2천여 직원 가운데 약 87%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재택근무자의 업무 생산성이 사무실 내근자 대비 20~60% 우수하고 사무실 면적 축소로 7억 2500만 유로를 절감,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5만 4천여 톤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