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채무 지급유예(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47)의 친형이 시청 홈페이지에 "시장 취임 이후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동생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이 시장의 친형 이재선씨(51 · 공인회계사)는 최근 성남시장실 게시판에 '왜 성남시장이 되셨는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새 성남시장이 출발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시장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시장은 행정가이며 국회의원과 다르다"면서 "행정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현 시장의 행보는 정치인의 그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동생을 비판했다. 또 "인구 100만명이 넘는 성남시의 장이라면 개혁을 해야 한다"며 "적당히 임기를 마치려 한다면 무엇을 하려고 시장이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되기 전 그토록 비판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면 어느 성남시민이 좋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씨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시를 위해 올바르게 행정을 펼칠 자격이 없다면 시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에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동생의 모라토리엄 결정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전임 시장이 잘못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행정가로서 합리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며 "시민단체가 나서서 할 법한 일을 시장이 TV에 나와 하는 것은 성남시를 위한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히 "5000억원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도 사업비를 합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미금 환승역 설치,분당~수서도로 지하화,1공단 공원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이중잣대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성남에서 회계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그는 "전임 시장 때도 비판해왔고 앞으로도 시 현안에 대해 질문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씨의 글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