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전입,세금 탈루,부동산 투기….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 의혹들이다. 현 정부 들어서만 이춘호 여성부,박은경 환경부,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런저런 의혹들로 낙마했다. 지난해 9월 개각 땐 인사청문회 대상자 8명 가운데 4명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 '8 · 8 개각'으로 대부분의 후보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검증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인사 추천을 그때그때 기준에 따라 해선 안 된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정밀하게 평가한 뒤 추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자기 검증진술서'항목을 대폭 늘리는 등 인사 검증시스템을 강화했다. 세금 병역 논문 국민연금 의료보험 소득공제 등 100여 항목에 걸쳐 스스로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특히 인사 라인을 강화해 인사기획관 자리도 새로 만들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 인사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인사비서관실에선 상시적으로 후보자를 물색한다. 대통령의 인사 결심이 서면 인사비서관실은 평소 준비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3~5배수 정도로 후보자를 압축한다. 검증 작업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담당한다.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을 통해 후보자를 2~3배수로 좁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최종 낙점을 하고 본인에게 통보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청와대에선 사전 검증 과정에서 흠이 발견돼도 일정 부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위장전입의 경우 교육 목적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 청와대의 판단이었다. 그 시대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다만 부동산 투기 목적이라면 안된다는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놨다. 거주를 위한 목적의 주택 매매나 노후 대책을 위한 토지 거래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인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청와대 측은 하소연한다. 후보자 개인이 한 발언,강연 내용 등은 일일이 스크린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목적 위장전입,노후 대비 부동산 거래 등도 걸러낼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자들의 논문이나 개인적 발언 등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하게 검증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 고위 당 · 정협의회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