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30나노미터급 낸드플래시 기반 512GB SSD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19일 메모리카드업체인 샌디스크가 우표보다 작은 크기의 '임베디드 SSD'(iSSD)를 내놨다.

SSD가 각광받는 이유는 대표적 저장장치였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뛰어난 성능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는 HDD에 비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최소 10배 이상 빠르다. HDD처럼 기계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도 좋다.

SSD에는 그러나 치명적 단점이 있다. HDD에 비해 가격이 20~40배 비싸다. 500GB 신제품 기준으로 HDD는 가격이 5만~10만원 수준인 데 비해 SSD는 200만원을 넘는다. SSD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더딘 이유다. 지난해 SSD 시장 규모는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낸드플래시 1기가비트(Gb) 단품 가격이 현재 1.2달러 수준에서 절반 이상 떨어지면 SSD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SSD 제조업체이지만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부품 공급업체이기 때문이다. SSD 가격 경쟁력이 생기려면 부품인 낸드플래시 값이 하락해야 하는데 부품 가격 하락은 결국 매출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SSD와 낸드플래시 가격은 '양날의 칼'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SSD 사업 전략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내부에선 플래시개발실 소속인 SSD 부문을 분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반도체사업부는 부품회사인 만큼 낸드플래시에 치중하는 대신 SSD는 다른 세트 사업부로 넘겨야 한다는 것.SSD 관련 개발인력은 경쟁사인 인텔,도시바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낸드플래시 부품에만 치중하다 보니 SSD 성능 강화 기술인 컨트롤러와 펌웨어 등의 부문에선 경쟁사에 뒤져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