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로 통하는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맥없이' 진행됐다.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꾸짖는 호통은 있었지만,후보자를 코너에 모는 날카로운 공격은 없었다. 다만 이 후보자가 차기 대선 후보로 김문수 경기지사를 적극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해 관심을 끌었다.

이 후보자는 23일 오전 회의에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향후 대권구도와 관련해 "김 지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오랫동안 생각을 같이해왔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김 의원이 "김 지사가 대권 후보로 나오면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그럴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이 한나라당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자 이 후보자는 오후 회의에서 "한나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내가 후보로 나가지 않는 이상 어떤 후보든지 지지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대학 졸업증명서에 중앙농민학교가 아닌 국민대학교로 기재됐다는 지적(박기춘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실무자들이 학사관리를 맡은 국민대에서 관련 서류를 뗐기 때문에 국민대학교로 기재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인사개입 등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다'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 후보자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당시 미국에 있어서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핵심 증인인 남 사장과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은 모두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후보자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최근 방영이 불발된 4대강 사업 관련'MBC PD수첩'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내용을 잘 몰라 답변 못하겠다"고 피해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답변 태도에 대해 "MBC PD수첩 불방에 대해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무슨 문제인지 다 아는데 특임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이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개헌에 대한 소신을 묻는 질문(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에 "권력 분산은 평소의 소신"이라면서 "권력이 한쪽에 집중돼 예산과 인사가 집중되면 자연적으로 갈등이 많이 나온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박수진/민지혜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