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23일 건설주가 일제히 올랐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날 5.04%(1300원) 오른 것을 비롯해 대림산업(3.38%) GS건설(3.03%) 현대건설(2.05%) 등의 주가가 상승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상승폭은 더 컸다. 남광토건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으며 벽산건설(14.02%) 중앙건설(5.15%) 풍림산업(4.74%) 등도 올랐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0.44% 떨어지는 동안 건설업지수는 1.75% 상승했으며 건설업종으로 분류되는 36개 종목 중 하락한 종목은 5개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이 전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6일 국토해양부가 주택 거래량이 4개월 만에 소폭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도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정상협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건설주가 저평가받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부터 차례로 재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 중 주택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산업개발의 주가 상승폭이 가장 컸다. 악성 미분양 물량에 시달리고 있는 남광토건 벽산건설 중앙건설 풍림산업 등도 다른 건설주에 비해 크게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송흥익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가계 주택담보대출 337조원,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 125조원,지방자치단체 부채 100조원 등 부동산 관련 부채가 6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로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이달 말 규제 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덩치가 가벼운 중견 건설사들의 주가 상승폭이 두드러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송 선임연구원은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을 때 추가 투자가 가능한 대형 건설사들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 역시 "왕성한 해외 수주에도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주가가 부진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을 추천할 만하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