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은 예상대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였다.

조 후보자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곧바로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 근거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고 특별검사제가 도입되면 여기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차명계좌 발언이 근거 없는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하고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장세환 의원은 "출세를 위해 수단 ·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최규식 의원은 "조 후보자가 차명계좌가 있는데 마치 말을 못하는 듯 연극을 하고 있다"며 "발언 근거를 정확히 대라"고 압박했다.

조 후보자는 "제가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답변만 수십 번 되풀이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법상 답변을 거부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공격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차명계좌에 대한 특검 필요성에 방점을 뒀다. 임동규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하고 국민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특검이든 국회 국정조사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대해 의원은 "특검을 하면 사퇴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사퇴할 용의가 있는가" "특검을 하게 되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와 정확히 얘기하겠느냐"고 질문했고 조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 판결이 난다면)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실적주의 인사평가제를 추진해 문제가 된 점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질타했다.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6월 '조현오식 실적주의에 문제 있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파면된 채수창 전 강북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하며 조 후보자에게 "채수창 증인의 잘못과 조 후보자의 막말 파문,위장전입과 견주어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큰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밖에 조 후보자가 2007년 경찰청 경비국장 재직시 모친상을 당했을 때 1억7000만원의 조의금을 받은 데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