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워크 하드'에서 '워크 스마트'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유연한 근무 방식을 활성화함으로써 시 · 공간의 제약이 없는 업무를 지향해야 합니다. "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스마트 워크' 시대를 빨리 받아들여 생활 · 경제적 혁신을 불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제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는데,당시 위기 상황을 수습하면서 미국 재무성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세계 무역대국 중 하나인 한국의 경제가 무너지면 세계의 무역 질서가 흔들리지 않겠느냐." 그때 미국 반응은 "한국이 생산하는 제품은 얼마든지 세계 시장에서 대체할 수 있다"였습니다. 한국이란 나라가 흔들린다고 세계 시장에 타격을 줄 만큼 독특한 지위는 아니었다는 거죠.당시엔 우리가 만든 첨단기술도,특수 공업제품,특별한 자원도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만의 지식과 기술,문화를 갖춰나가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 코리아(Smart Korea)입니다. 스마트 워크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일하는 방식,생활 방식,정부의 혁신을 불러와야 합니다.

스마트 워크를 하는 이유는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는 비효율적인 면이 많습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OECD 평균보다 1.3배 더 일합니다. 그러나 생산성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 똑똑한 국민들이 왜 이렇게 스마트하지 못하게 일할까요. 그것은 일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스마트 워크를 많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7년 기준 전체 사업체의 49%가 원격근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는 99개의 스마트 워크 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직종이나 업종에 관계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일종의 사회통합센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6년까지 스마트 워크 근무자가 전체 취업자의 43.4%에 이를 전망입니다. 그래서 지난 5월에 미국 상원은 '정보통신기반 원격 근무 활성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일본은 바로 옆에서 조용히 스마트 워크를 '텔리워크'란 이름으로 진행 중입니다. 금년 말까지 전체 취업자의 20%가 텔리워크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 워크는 집단지성을 실현합니다. 개인적인 일이 협업 위주로 되고,조직도 기존의 산업사회를 대표하던 관료제가 협업 위주의 네트워크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개인화된 정보와 자원은 클라우트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공유된 자원으로 바뀝니다. 이제는 사무실에서 내 PC라는 것을 고집할 수 없습니다. PC는 다같이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 워크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이 사람을 따라다니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다소 늦었지만 서둘러 세계적인 수준을 따라가야 됩니다. 2015년까지 취업자의 30%가 스마트 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 네덜란드의 스마트워크센터와 같은 것을 2015년까지 정부 주도로 50군데를 건설하고,민간이 450군데를 건설해 약 500개의 스마트 워크 센터를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 워크 도입은 늦었지만 이를 도입하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수도권 출근시간이 매우 길다는 게 스마트 워크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서울은 평균 49분,경기도 거주자는 평균 1시간16분이 걸립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비교할 대상이 없는 긴 출 · 퇴근 시간은 스마트 워크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제일입니다. 아직도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이고,브로드밴드 접속률이나 속도 면에서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스마트 워크를 도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뛰어납니다.

스마트 워크는 앞으로 국가 ·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는 키가 될 것입니다. 우선 생산성이 향상될 것 입니다. BT(British Telecom)는 스마트 워크를 도입해서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 2009년 통계만 보더라도 스마트 워크 도입을 통한 BT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소액이 1조원입니다.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20%가 상승했습니다. 프랑스 출산율이 1.65명에서 1.96명으로 상승했는데,스마트 워크 도입이 출산율 증가의 80%를 기여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1.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데,이 출산율을 스마트 워크 도입을 통해서 높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워크 도입으로 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