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이 국내 채권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들 5개국은 국고채를 중심으로 한국물을 대규모로 매수하면서 전체 외국인 순매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 채권 순매수액은 47조1066억원(7월 말 기준)이며 이 중 24조973억원어치를 태국 홍콩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아시아 5인방'이 올해 사들인 채권은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51.2%로 절반을 웃돈다. '5인방'이 국내 채권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8년 무렵.지난해에는 외국인의 한국채권 순매수가 사상 최대(53조582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5인방'의 순매수액이 59.0%(31조6385억원)에 달해 채권시장의 '한류' 바람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 5인방'으로 통칭되지만 각 국마다 사정이 달라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로 나눠볼 수 있다. 태국 홍콩 싱가포르는 2007년부터 매수에 나서며 한국채권 열풍을 이끈 선발주자로 분류된다. 특히 태국은 2008년부터 순매수에 나서 그해 외국인 채권 순매수액의 43%를 혼자 담당하는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양국 간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성행하는 태국에선 한국채권 투자가 유행으로 자리잡아 올해(7월 말 기준)도 외국인 순매수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3개국과 달리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작년부터 매수에 가세한 후발주자이면서 매수주체가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은 중앙은행(인민은행)과 중국투자공사(CIC) 등 정부기관들의 '사자' 주문이 대부분이며,말레이시아도 중앙은행이 매수 주역"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홍콩 싱가포르는 펀드와 금융회사 중심의 단기 투자자금이 많은 반면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이 개입된 장기자금"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채권 매수는 높아진 한국 경제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최윤곤 금감원 증권시장팀장은 "남유럽 재정위기에도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 투자자들의 한국채권 매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호평과 그에 따른 원화 강세가 채권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