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사흘째 조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민감 업종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들이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황과 개별종목 실적 전망에 따라 IT와 자동차 업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같은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24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99포인트(0.40%) 내린 1760.72를 기록중이다. 이날 지수는 한때 1750선 아래로 밀려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경기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려는 관망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까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인 IT과 자동차 관련 종목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현대차그룹주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하락 하루만에 반등하면서 1~2%대 상승하고 있다.

이날 자동차주의 반등은 지난 23일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며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아울러 자동차의 경우 중국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정부의 연비 우수차종 보조금 지급등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중국내 판매대수가 지난해 81만대에서 올해 1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IT주들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테크윈, LG이노텍 등이 1∼2%대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은 오름세다.

IT기업들이 지난 2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로 인해 최근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냈다.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특성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재고 우려가 제기됐고,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IT와 자동차 업종은 모두 중국 내수 부양 수혜주로 손꼽히면서 실적 조정치 상향 속도 또한 빨랐지만, IT의 경우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등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IT주 역시 2∼3개월 정도 이후 주도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실적 모멘텀상 상대적으로 자동차가 양호하지만 IT의 경우 실적 우려 반영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돋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업종이 세계 소비와 관련된 경기민감 업종이기 때문에 크게는 같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도는 등 저평가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 해소시 상승폭이 클 수 있다"며 "다만 이는 증시의 경기 회복 여부 확인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가중되는 것을 고려하면 IT와 자동차 모두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자산가격 동향 등에 비춰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민감주인 IT와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크다는 주장이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는 증시 주도력을 잃었고, 자동차의 경우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지만 경쟁 심화 우려 등이 커질 것"이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통신과 유틸리티 업종이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