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휴대폰 액정화면을 다루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어디 살짝 부딪치기 만해도 액정 화면이 까맣게 변하며 고장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다. 미국 코닝사가 개발한 유리 및 세라믹 소재인 '고릴라(gorilla)' 덕분이다. 이 특수 소재로 만든 액정은 매우 얇고 가벼우면서도 외부 충격에는 유연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시판하자마자 삼성,LG,애플 등 유명 휴대폰 업체들이 고릴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혁신적인 제품 고릴라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휴대폰 트렌드를 바꾼 대박 상품 고릴라는 실패한 제품에서 시작된 것이다. 고릴라 원료인 '캠코(chemcor)'는 코닝이 1962년 자동차용으로 개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허등록에 만족한 채 이 프로젝트는 한 연구소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나 캠코는 고릴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코닝의 신규사업개발팀이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신소재 개발을 위한 재료로 캠코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뉴욕의 연구 · 개발(R&D) 연구소인 설리번 파크 리서치 센터(Sullivan Park Research Center)에 찾아가 고릴라 프로젝트에 대해 전면 공개하고 이에 참여하고 싶은 과학자들을 모았다. 풀 타임,파트 타임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한 과학자들은 100여명에 이르렀다.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고릴라는 기존 강화 유리보다 내구성이 두 배 이상 뛰어나고 쇠로 긁어도 흠집이 잘 나지 않는 첨단 소재로 재탄생했다. 현재 고릴라 매출은 1억달러에 이르고 2015년까지 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닝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래 전에 개발됐지만 상용화가 안된 소재나 제품을 혁신의 기반으로 재창조했다. 광섬유와 액정표시장치(LCD)기판 유리도 비슷한 사례다. 단기적인 성공과 실패를 따지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제품개발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851년 유리회사로 시작한 코닝은 에디슨 전구,브라운관 TV,PC 모니터와 TV용 LCD 유리, 저손실 광섬유 등 세상을 변화시킨 혁신 제품을 개발해 왔다. 미래 성공을 위해 인내를 갖고 투자한다는 방침에 따라 매년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해 온 결과다.

개방적인 아이디어 수집,체계적인 회사의 지원,고객의견의 적극적인 반영이 코닝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제품을 꿈꾸는 회사라면 160살 먹은 '젊은 기업' 코닝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조미나 < 상무 >· 사유라 <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