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 와이즈파워, 2년새 4社 인수…LED '다크호스'
국내 중소기업계에서 괜찮은 기술을 확보한 뒤 대기업 공급 루트를 뚫는 것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기본 공식이다.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면 모를까 기업 인수 · 합병(M&A)으로 회사를 키우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M&A를 통해 회사 설립 후 3건의 추가 M&A로 몸집을 키워가는 회사가 있다.

와이즈파워(대표 박기호 · 사진)가 그 주인공.휴대폰 배터리팩을 만들던 이 회사는 휴대폰용 무접점 충전기와 LED패키지,웨이퍼,형광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박기호 대표를 24일 서울 문래동 와이즈파워 본사에서 만나 남다른 성장전략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대기업의 하청만 받아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미래가 없다"며 "M&A를 통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키워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A로 캐시카우 확보

와이즈파워의 성장사는 여느 중소기업과 비교해 남다르다. 2000년 삼성그룹에서 퇴사한 박 대표는 4~5년간 기업컨설팅을 하다 제조업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스탠더드에너지테크라는 일본계 회사를 인수했다. 박 대표는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한 성장모델은 M&A였다. 대기업 하청만으로 연명해서는 중소기업의 미래가 없고,적극적인 M&A를 통해 수익사업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첫 M&A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단암정보통신.박 대표는 2008년 이 회사를 인수,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뒤 사명을 '와이즈파워'로 바꿨다. 지난해 1월에는 그렌드텍이란 LED웨이퍼 제조업체를 인수해 LED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개월 뒤에는 미국 사노프의 LED형광체 사업 부문이 분사해 설립된 라이트스케이프를 200만달러에 인수,1대주주에 올랐다. 라이트스케이프는 사노프가 LED형광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로 일본 니치아,독일 오스람과 함께 형광체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곳이다.

박 대표는 "사노프의 LED형광체 사업부문 인수를 3년간 추진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우리 회사의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M&A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작년 9월 광주의 LED조명업체 싸이럭스를 흡수 합병했다. 불과 2년 새 4개 회사를 인수하고 배터리팩만 하던 사업 영역을 LED형광체와 조명으로 확장한 셈이다. 그는 "M&A를 통해 확보한 사업을 기존 사업에 유기적으로 녹여낼 수만 있다면 내실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무접점 충전기,중대형 전지에 주력

잇단 M&A의 성과는 어떨까. 지난해 실적만 보면 부진한 편이다. 와이즈파워의 작년 매출은 554억원,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2008년보다 저조했다. 박 대표는 "주력사업인 배터리팩 실적이 나쁜 탓"이라며 "앞으로 3년간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내놨다. 우선 현재 주 매출처인 배터리팩의 거래처를 기존 LG전자와 팬택에 이어 다변화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계획이다. LED조명 분야에선 일본 조명회사 우시오라이팅에 집어등을 공급한 데 이어 연내 일반 조명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형광등 및 할로겐등 대체용 LED조명을 이미 개발 완료했다"며 "국내외 주요 조명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무접점 충전기 사업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이 제품은 별도 연결단자 없이 충전판에 휴대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토추상사를 통해 일본 내 애플 아이폰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에는 10월 말 시판할 계획"이라며 "자동차 전장용으로 이 충전기를 모듈화하는 방안도 국내외 주요 자동차회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