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도 예전처럼 부를 축적하는 종잣돈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또 주택시장이 경기 회복 견인차 역할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사이트 질로의 스탠 험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뉴욕타임스에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는 철칙은 없다"며 "부동산 시장 거품으로 생긴 '집은 특별한 재산'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시장이 살아나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조사센터 이사는 "2005년 이후 집값 폭락으로 사라진 6조달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가정으로 복귀한 군인들의 주택 수요가 건설 호황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도 자산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관대한 조세정책과 1980년대 초부터 모기지(부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떨어진 점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미국 전체 가계가 주택을 담보로 매년 1000억달러씩 차입해 소비를 즐겼다.

자산연구 회사인 퓨전IQ의 배리 리톨츠 애널리스트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집값 상승은 정상을 벗어난 것이었다"며 "이러한 현상이 다시 빚어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