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루키 인기 소설 '1Q84' 원래 제목은 '19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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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과정과 뒷얘기 공개
"소설 《1Q84》는 원래 '1985'라는 제목으로 쓰려고 했다. " "《노르웨이의 숲》(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로 출간)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땐 진짜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니어서 상상을 뛰어넘는 판매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1Q84》는 진정 원했던 작업이고 내용에 보람도 있었다. "
인터뷰를 기피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1 · 사진)가 일본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 여름호에서 《1Q84》의 집필 과정과 뒷얘기를 공개했다. 소설을 번역한 문학동네가 계간지 여름호에 이 인터뷰를 옮겨 실었다.
하루키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특별히 연도를 의식한 것은 아니고 1984년의 얘기를 써야겠다고 정한 건 조지 오웰의 《1984》 때문이었다"며 "처음에는 《1985》로 쓰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1984》 이듬해의 이야기를 조지 오웰과는 전혀 다르게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84'라는 영화를 만든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일본에 왔을 때 하루키의 이런 계획을 듣고 "그건 좀 별로네.앤서니 버지스가 이미 썼어"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1Q84》라는 제목을 생각했다"며 "제목부터 시작하는 소설과 나중에 제목을 붙이느라 고생하는 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은 처음에 제목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내놓은 《1984》는 가까운 미래를 전체주의체제로 묘사한 공상소설.하루키에겐 1984년이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 재편성이랄까 재조립이 일단락되고 오일쇼크도 통과하고 고도자본주의 같은 체제로 세계가 다시 새롭게 전진하려는 시대였어요. (학생운동 등의 일본 내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유행하던) 1960년대는 멀어지고 우리 세대는 이제 30대 중반이 됐고…(중략) 세계는 별 탈 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죠.그러나 실은 거기에 어두운 저류가 있었습니다. "
하루키는 조지 오웰과 달리 "근(近)미래물은 왠지 모르지만 대체로 지루하고,개인적으로는 근과거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는 작품으로선 재미있지만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죠.어둡고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불행하고 세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고….근미래는 미래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대신 근과거는 지금은 이렇지만 어쩌면 이랬을지도 모른다며 과거로 거슬러가는 과정이죠.그것이 초래하는 현재의 사실을 바꿔 쓰는 거예요. 나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정신성 같은 것을 다른 형태로 바꿔놓고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
소설 속의 배경은 1984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인 동시에 실제의 1984년이 아니라 이미 '바꿔쓰기'된 시대라는 뜻이다. 등장인물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드는 기묘한 세계 1Q84는 이렇게 태어났다.
1~3권이 나온 《1Q84》는 출간 후 일본에서만 2주간 100만부,전체 판매 3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하루키는 자신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1987년 작 《노르웨이의 숲》보다 "보람이 있었다"면서도 "지금부터 10년,2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 보면 이런 것(판매부수)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잊혀질 것이며 책이 발행됐다는 것만 사실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인터뷰를 기피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1 · 사진)가 일본 계간지 '생각하는 사람' 여름호에서 《1Q84》의 집필 과정과 뒷얘기를 공개했다. 소설을 번역한 문학동네가 계간지 여름호에 이 인터뷰를 옮겨 실었다.
하루키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특별히 연도를 의식한 것은 아니고 1984년의 얘기를 써야겠다고 정한 건 조지 오웰의 《1984》 때문이었다"며 "처음에는 《1985》로 쓰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1984》 이듬해의 이야기를 조지 오웰과는 전혀 다르게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84'라는 영화를 만든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일본에 왔을 때 하루키의 이런 계획을 듣고 "그건 좀 별로네.앤서니 버지스가 이미 썼어"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1Q84》라는 제목을 생각했다"며 "제목부터 시작하는 소설과 나중에 제목을 붙이느라 고생하는 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은 처음에 제목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내놓은 《1984》는 가까운 미래를 전체주의체제로 묘사한 공상소설.하루키에겐 1984년이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 재편성이랄까 재조립이 일단락되고 오일쇼크도 통과하고 고도자본주의 같은 체제로 세계가 다시 새롭게 전진하려는 시대였어요. (학생운동 등의 일본 내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유행하던) 1960년대는 멀어지고 우리 세대는 이제 30대 중반이 됐고…(중략) 세계는 별 탈 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죠.그러나 실은 거기에 어두운 저류가 있었습니다. "
하루키는 조지 오웰과 달리 "근(近)미래물은 왠지 모르지만 대체로 지루하고,개인적으로는 근과거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는 작품으로선 재미있지만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죠.어둡고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불행하고 세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고….근미래는 미래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대신 근과거는 지금은 이렇지만 어쩌면 이랬을지도 모른다며 과거로 거슬러가는 과정이죠.그것이 초래하는 현재의 사실을 바꿔 쓰는 거예요. 나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정신성 같은 것을 다른 형태로 바꿔놓고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
소설 속의 배경은 1984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인 동시에 실제의 1984년이 아니라 이미 '바꿔쓰기'된 시대라는 뜻이다. 등장인물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드는 기묘한 세계 1Q84는 이렇게 태어났다.
1~3권이 나온 《1Q84》는 출간 후 일본에서만 2주간 100만부,전체 판매 3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하루키는 자신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1987년 작 《노르웨이의 숲》보다 "보람이 있었다"면서도 "지금부터 10년,2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 보면 이런 것(판매부수)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잊혀질 것이며 책이 발행됐다는 것만 사실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