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안에도 10여종이 넘는 수시모집 전형 중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골라 지원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마치 복잡한 수학문제를 받아든 기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신성적과 모의수능 점수,자격증,입상 경력 등 자신의 '스펙'을 분석해 강점이 있는 분야를 고르면 지원 가능한 전형을 어느 정도 추려낼 수 있다. 수시모집 전형은 크게 학생부 중심,논술 중심,외국어 · 수학 · 과학 특기자 전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학생부 중심 전형

이미 내신성적을 잘 받아뒀다면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는 추가로 준비할 것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큰 노력 없이도 여러 대학에 복수 지원이나 소신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학마다 교과와 비교과 영역의 반영 비율이 각각 다르고 반영하는 교과목에도 차이가 많다. 서울대는 예외적으로 전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위주다. 상위 몇 개 과목만 반영하는 방식을 쓰는 곳도 많다. 다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능 준비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논술 중심 전형

논술 성적이 좋으면 모집인원의 30~70%를 뽑는 우선선발로 합격할 수 있다. 글 실력과 논리력에 자신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 대부분의 대학이 일반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는 만큼 수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올 수시모집에선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이 논술을 통한 우선선발 비율을 10%포인트씩 늘리는 등 비중을 확대했다.

대학별로 모집계열에 따라 논술 출제 경향이 제각각이어서 기출문제를 토대로 한 '맞춤형 준비'가 중요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 논술을 치르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수능 결과에 따라 논술고사에 응시할지 말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서강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논술 중심 전형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학교가 있다.

◆특기자 · 전공적성검사 중심 전형

공인어학성적이 좋거나 어학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면 어학우수자 전형을 노려볼 만하다. 대부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수능에 자신없는 학생도 적극 지원할 수 있다. 1단계에서 어학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거른 뒤 면접으로 최종 선발하는 곳이 많다. 다만 대학마다 인정하는 어학시험 종류와 지원자격이 다르고 면접고사는 외국어로 지원 분야 지식을 묻는 경우가 많아 체감 난이도는 높을 수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학 · 과학 우수자 전형은 보통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고 서류평가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학에 따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거나 논술,면접고사를 실시하는 곳도 있다.

전공적성검사 중심 전형은 정답을 찾는 순발력이 강한 중위권 학생에게 매력적이다. 내신이나 수능과 별개로 대학에서 따로 보는 시험으로 보통 문항 수 120~200개 안팎,제한시간은 60~80분이다. 하지만 정시에서는 이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이 없고 수시에서도 중위권 17개 대학에 불과해 '올인'했다간 위험하다.

◆중복지원 허용됐지만…

올 입시에서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등이 여러 수시전형에 중복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 숙명여대 단국대 아주대 등은 일부 전형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한국외대처럼 특정 차수(1차 · 2차) 내에서만 허용한 곳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지원하는 것은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 학교는 같아도 전형방법이 다를 경우 따로따로 준비해야 하고 논술이나 면접을 두 번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능 준비도 병행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무리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모집단위가 다른 두 전형에 합격할 경우 어디에 우선 등록할지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합격해놓고도 골치아픈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