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 증시 폭락을 예견해 주목받고 있는 기술적 지표인 '힌덴부르크 오멘'이 한국 증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4일 '힌덴부르크 오멘을 한국에서 찾아보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종목 1726개를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 23일 52주 고가 · 저가 종목 수가 전체의 2.2%를 넘어 '힌덴부르크 오멘' 조건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힌덴부르크 오멘 이론은 1937년 미 뉴저지주 레이크허스트비행장에서 추락한 독일의 거대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에서 이름을 딴 이론으로,수학자 짐 미에카가 1995년 각종 기술적 지표를 분석해 증시 대폭락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고안해 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증시에서 하루 52주 고가와 저가를 기록한 종목 수가 당일 거래 종목의 2.2% 이상 △종합지수의 10주 이동평균선 상승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인 '매클렐런 오실레이터'가 마이너스 등 다섯개의 요소를 충족시키면 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에카는 지난 12일 뉴욕 증시 전체 거래 종목의 2.9%가 52주 고가를,2.6%가 52주 저가를 기록하자 '힌덴부르크 오멘'의 징후라며 내달 미국 증시 폭락설을 제기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 결과 전체 상장사 중 52주 고가 종목 비율은 2.4%,52주 저가 종목은 3.1%로 모두 기준인 2.2%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중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상승세가 주춤하고 종목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어 추가적인 상승보다 5~15%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다수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현대제철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한항공 삼성전기 하이닉스 한국타이어 LG이노텍 등이 맥없이 급락하는 모습이 나온 시점이라 더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만을 놓고 보면 '힌덴부르크 오멘'과는 다른 결론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52주 고가 종목 비율은 4.0%,저가 종목은 2.0%로 이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보면 52주 고가 종목이 52주 저가 종목보다 2배 이상 많은 데다 고가 종목의 시가총액 합은 70조9700억원이 넘고 저가 종목은 1조7900억원에 불과하다"며 "종목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나는 힌덴부르크 장세라기보다는 대형주 강세,소형주 약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