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지난달 주택가격매매지수는 1986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높습니다. 시장 상황과는 한참 다른 지표인데,정부가 주택정책 수립 때 공식적으로 참조합니다. "(부동산 전문가 A씨)

주택시장 상황이 정부의 인식보다 훨씬 침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통계로 접하고 있지만,이들 통계가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집값이 오른다고?

2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용인시 동천동 현대홈타운 전용 85㎡는 3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2006년 11월 매매가격 5억4000만~5억9500만원보다 최고 40% 하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용인시 아파트가격지수는 96.2로 2006년11월의 107.8보다 10.8% 하락에 그쳤다.

실거래가와 KB주택지수는 전국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KB의 아파트가격지수는 지난달 102.3으로 6월(102.4)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시장이 붐을 이룬 직전 고점인 2006년11월 이 지수는 93.7이었다. 시장은 계속 침체되고 있는데 KB주택지수는 계속 오른 것이다.

D부동산정보업체는 최근 서초구 아파트값이 2005년보다 한 채당 평균 4억2000만원 오른 11억40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별 집값 통계는 아파트값을 모두 합쳐 가구수로 나눠 산출한다"며 "2005년 이후 서초구엔 대표적 고가단지인 반포래미안과 반포자이 등이 들어섰으니 당연히 평균 집값은 뛰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통계를 보면 마치 서초구 집값이 모두 오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토부는 주택관련 통계의 이 같은 허점을 감안,정부 통계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미분양 물량도 정부 집계 웃돌아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미분양 물량도 실제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 6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1만2000채지만 실제론 50%가량 많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국토부는 1만여채가량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보유 미분양 물량을 집계에서 뺀다. 민간 건설사 미분양이 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또 건설사가 어떤 형태로든 미분양 아파트를 매각하면 집계에서 제외한다. 4 · 23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따라 정부가 사들인 물량도 마찬가지다. 대한주택보증에서 매입한 1만3400채(2조214억원)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과 리츠 · 펀드로 사들인 미분양(9000채 · 1조2996억원)은 합산되지 않는다. 이를 더하면 미분양 주택은 정부 집계보다 3만2000여채가 많다.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대량으로 할인해 파는 통매각도 당연히 미분양 집계에서 누락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와 대출 등의 문제로 미분양을 줄여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현실성 있는 부동산 대책 나와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부동산 상황을 고려,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건설 · 부동산업계는 밑바닥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건설사 개발담당 임원은 "양재동,판교,성남 등에서 개발 사업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며 "요지에서도 사업이 무산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인 S공인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정치 논리로 보지 말고 시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효과를 볼 만한 대책이 있다면 과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 KB주택가격매매지수

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표.1986년부터 발표됐으며 2001년 통계청으로부터 국가통계로 공인받았다. 전국 2만여채 표본주택을 조사해 평균가격을 구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실거래가,호가 등 가격 동향은 중개업소로부터 제공받는다. 2008년 12월 가격을 기준(100)으로 지수를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