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가족회사이자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해온 케이알아이에이(KRIA)가 미래에셋컨설팅과 합병을 결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미래에셋이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되고 있다.


◆분할 2년 만에 다시 합병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 · 관리업체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년 전 KRIA에서 인적 분할돼 신설됐던 회사여서 떼어냈다 다시 합병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주당 53만3518원,KRIA는 128만4788원으로 평가돼 합병 비율은 1 대 2.4081로 결정됐다.

KRIA는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큰 회사다.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37.71%와 그룹 지배구조의 핵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10.52% 등을 보유,각각 박 회장에 이어 2대주주다. 따라서 박 회장이 그룹을 지배하는 정점에 있는 회사이자 가족회사로 불린다. 박 회장의 KRIA 지분이 43.68%이며 부인 김미경씨와 세 자녀 등 가족 지분을 합치면 총 86.91%에 달하기 때문.1997년 박 회장의 고향인 광주에 설립된 KRIA는 경영컨설팅,부동산 임대 · 관리회사이지만 본업은 미미한 상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KRIA에서 인적분할됐기 때문에 지분 구조가 KRIA와 똑같아 역시 박 회장 가족회사로 분류된다. 이 회사도 100% 자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 · 생명의 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7.92%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43%를 보유한 인슈코리아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컨설팅이 KRIA와 합병하면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22.87%를 직 · 간접 보유한 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불필요한 비상장사 정리 나선 듯

미래에셋은 두 회사를 쪼갠 뒤 다시 합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의결권 제한 족쇄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지난 4월1일자로 공정거래법 상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비금융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원래는 분할해 사업 효율을 높일 계획이었지만 올해 상호출자제한 그룹으로 지정돼 의결권 제한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금융사인 미래에셋컨설팅과의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증권업계에선 지배구조 정비와 함께 박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와 케이에프에이씨를 합병했고,미래에셋디앤아이도 미래에셋컨설팅에 흡수합병시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는 다른 금융회사들과 달리 박 회장 개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가족회사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투명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비상장사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진형/서정환 기자 u2@hankyung.com